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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乙·乙 갈등만 부추긴다
내년 8.1% 인상 6030원 확정…자영업자 “직원감축 할수밖에”
일부는 무인정산기 도입도…“6030원 감내못하면 사업접어야”
알바·노동자들은 강한 불만



#1.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청소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축소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일하던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자를 수 없어 내린 배려의 조치였다.

#2. 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서무 업무를 맡고 있는 B씨는 최근 사장이 “일하는 시간을 한 시간 줄이겠다”고 말한 이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받아야 할 임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450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무려 450원 씩이나 올랐다는 쪽과 꼴랑 450원 밖에 안올랐다는 두갈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8.1%(450원)인상되면서 자영업자와 노동자 간 반목이 커지고 있다. ‘인상액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노동자들과 ‘수익구조 개선 없이 인건비만 올리면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자영업자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칫 ‘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인정산기 도입하겠다’vs ‘6030원도 못 주면 사업 접어야’= 최근 3년새 최저임금이 24% 인상되면서 PC방이나 분식집 등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무인정산기’ 도입이 유행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PC방 업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봤자 두 달이면 그만두기 일쑤인데 임금까지 올려주는 건 사업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무인정산기를 도입하고 당분간은 직원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직원 수를 축소하는 추세다.

알바천국이 최근 사업주 565명에게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2.7%가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고용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상된 6030원은 당초 노측이 제시한 81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내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주 40시간(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 일하면 한달에 126만원 남짓 번다. 이는 미혼노동자 생계비 150만 원의 84% 수준이다.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은 “시급 6030원도 줄 수 없는 사업자라면 사업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당수 사업장에서 임금을 체불하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주기 일쑤인데 이 돈을 많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자영업자 사업환경 개선 선행돼야=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자칫 정작 중요한 중소기업 지원과 노동환경 개선 논의에 이르지 못한 채 영세사업자와 노동자 간 갈등만 부추기다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정부가 법인세 등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은 손질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만 강조해 ‘을’끼리 싸우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업계관계자와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법인세 등 자영업자의 사업 환경 개선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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