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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지않는 한류…‘가깝고도 먼’ 필리피노와의 밀월을 꿈꾸다
한국전 참전·재건 도운 영원한 형제국
필리핀내 관광객 부동 1위는 한국인
물가 비싼 한국방문은 엄두도 못내

항공할인 등 고소득층 타깃 프로모션 필요
비자조건 개선·K컬처 전략마케팅 병행해야



오는 7월말, 필리핀 마닐라는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필리핀의 10~20대 젊은층은 이 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기때문이다. 최근 마닐라지사 사무실을 방문한 어느 중년여성은 자신의 딸이 K-팝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가보기를 소원한다며 한국관광 관련 홍보물을 잔뜩 챙겨가기도 했다.

관광이 상호 간 우호적 감정을 바탕으로 한 인적교류라고 할 때 한국과 필리핀 간 관광교류 전망은 상당히 밝다. 필리핀 내 한류 열풍이 거세고, 삼성이나 LG의 IT 제품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필리핀=필리핀은 한국의 오랜 우방이다. 동남아국가들 중 가장 먼저 수교를 맺은 나라다. 한국전쟁 때는 둘도 없는 우방이었다. 당시 공식적으로 7420명을 파병해 주었고 전후에는 각종 생필품 지원과 재건활동에도 참여한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다. 경제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제5대 교역국일 만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양 국간 관광교류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이 분야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 느낌이다.

한국과 필리핀 간 관광교류는 쉽게 말하면 “한국이 필리핀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117만명으로 전체 필리핀 방문국가 중 부동의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한국을 찾은 필리핀인은 약 43만명에 그쳤다. 지난 5년 간 방한객수는 매년 10% 안팎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관광역조를 생각하면 여전히 아쉬운 수치다.

필리핀은 인구가 약 1억767만명으로 세계 제12위이다. 최근 몇 년 간 6%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도 엄청나다. 관광 측면에서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다. 하지만 필리핀 방한시장의 잠재력이 실현되기에는 아직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다. 일부 재벌가문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반면 일일 소득 2달러 미만의 빈곤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54%로 추정된다. 필리핀의 1인당 GDP는 2015년 IMF 통계 기준 약 3037달러로 세계 131위 수준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방문하기에 비싼 나라일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비자 발급 요건이다. 불법체류자가 많은데 따른 대응이긴 하나, 이웃나라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국가 대상 비자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며 한국을 따돌리고 있다. 주 필리핀 일본대사관은 비자발급 영사수도 한국대사관보다 6배나 많다. 비자가 해외여행의 선결요건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시작부터 뒤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엔저까지 등에 업고 있으니 한국이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고소득층을 공략하라=한국관광공사는 2012년 마닐라지사 개소 이후 이러한 구조적인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결론은 필리핀 내 고소득층 대상 마케팅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것.

최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내 신용카드 소지자는 약 70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여러 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반면 필리핀에서는 신용카드 발급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확실하고 안정적 소득원이 보장되어야 하는 만큼 일반 서민들보다는 중산층 이상이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또한 필리핀인 대상 방한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가장 큰 이유가 재정증빙서류 요구 때문인데 신용카드 발급을 받을 수 있는 자라면 대개 별다른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구매력을 갖춘 신용카드 소지자를 타깃으로 한 방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기로 했다.

4개월에 걸친 기획과 협상을 거쳐 한국관광공사 마닐라지사는 지난 5월 19일 아시아나항공, BDO(Banco De Oro, 필리핀 최대 신용카드사)와 함께 3자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BDO 신용카드 소지자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할인 항공권을, 공사는 한국 중저가 숙박시설 체인인 베니키아호텔의 특별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BDO는 자국 내 지점망을 활용하여 방한 프로모션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성사되기까지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도 적극 지원하였다. 이번 프로모션의 주고객인 BDO 신용카드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제출서류를 간소화해 3~5년 복수비자를 발급해 주고 일반 신청자들을 위해서도 비자 신청접수 및 발급 업무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등 보다 많은 필리핀인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프로모션은 올해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구매력을 갖춘 필리핀 고소득층에게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는 밝다=관광은 제도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대국에 대해 얼마나 우호적인 감정과 인식을 지녔는지가 곧 방문수요로 이어진다. 한때 한국을 가장 많이 찾았던 일본은 양국 간 정치ㆍ외교 갈등이 심화되면서 방한객이 급감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행히 필리핀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주요 방송매체를 통해 소위 ‘코리아노벨라(Koreanovela)’라 하는 한국 드라마가 뜨거운 호응 속에 방영되고 있고, 특히 10대 및 20대 청년층 사이에서의 K-팝의 인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최근 학생관광 유치를 위해 마닐라 내 한 대학교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K-팝 공연 순서가 되자 장내는 순식간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한국어로 따라 부르는 이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힘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이러한 필리핀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은 현재의 방한객 수치로만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미래자산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다. 필리핀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노력으로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다. 필리핀의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과 이에 더해 슬기롭고 유연한 전략적 마케팅, 꾸준한 제도개선 노력이 더해진다면 필리핀 방한시장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본다.

박인식 한국관광공사

마닐라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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