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朴대통령, 정쟁 종식시킬 ‘포용의 리더십’ 보여라
지금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초 비상 국면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렇게 안팎 사정이 좋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집안 싸움과 권력 다툼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개점 휴업 상태다. 청와대마저 정치바람에 휩싸여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국가 위기는 깊어지는데, 이를 헤쳐나갈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당장 메르스 사태와 그로인한 내수 위축으로 2%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판이다. 거기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쳐 경제와 민생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발생 40일이 넘어선 메르스 사태는 주춤한 듯 하면서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지만 최경환 경제팀은 추경 규모와 용처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외부 환경도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그리스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들어가면서 예금주들이 일제히 인출에 나서는 바람에 입출금기의 현금이 동이 났다고 한다. 급기야 알렉시스 차프라스 총리가 28일 저녁(현지시각) TV 대국민 긴급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 인출 제한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디폴트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뱅크런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 주식시장도 29일 하루동안 문을 열지 않는다. 그리스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유럽 수출은 어느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변국 사정도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자 인민은행이 주말을 기해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중국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선 중국이 재채기만 해도 독감에 걸릴 판이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하는 엔화 약세 기조가 계속되고,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국가의 역량을 모두 집결해도 대내외 위기를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판에 여권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압박하며 내홍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민 눈에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아적 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은 야당대로 국회일정을 보이콧하며 화급한 민생이 뒤전으로 밀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라는 것이다.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합창하는 장면은 화해와 감동의 정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보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