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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김재수]억대 ‘춘란’과 도시농업
침체된 화훼시장을 활성화하고 ‘난(蘭)’의 소비촉진과 대중화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6월 최초로 한국 춘란의 공개 경매를 시작했다. 투명한 경매시스템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춘란시장이 활성화되고 춘란 재배농가의 소득이 증대됐다.

지난 1월에는 경매낙찰가 1억원이 넘는 춘란이 탄생했다. “1억짜리 춘란 구경 한 번 하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춘란 경매 1년만에 총 경매금액은 20억원을 넘어섰고 경매등록자만도 500여명에 이른다. 50만명에 이르는 재배농가도 크게 증가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도시농업 소득작목을 개발한 의미가 크다. 은퇴한 직장인, 가정주부, 노년층에게 난 재배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최근 도시농업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의 텃밭이나 아파트 베란다, 자투리땅에서 농업활동을 하는 것은 단순한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민의 정서 함양, 건강 증진, 소통, 교육, 원예치료, 도농교류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도시농업 활동은 신선채소나 양념류 재배가 주를 이루나 난이나 분화 등 화훼류 재배도 늘어난다.

도시농업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간단한 영농활동을 넘어서 도심 빌딩에서 농사를 짓는, 이른바 ‘식물공장’도 도시농업의 영역이다. 식물공장은 식물 재배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일조량 부족 등 기상여건이 열악한 북유럽에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필자는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시 식물공장을 설립했다.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보내 쌈채소 재배도 성공시킨 바 있다. 당시 세종기지 주방장으로 근무했던 대원이 식물공장 덕분에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무척 고마웠다고 감사인사를 해오기도 했다.

도심 고층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직형 식물농장(Vertical Farm)’ 개념을 최초로 발표한 사람이 미국 컬럼비아 대학 딕슨 데포미아 교수다. 필자와 만난 딕슨 데포미아 교수는 “기상이변, 식품안전 문제 등으로 식물공장의 중요성이 커진다”면서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밀집된 한국은 도시농업이나 수직형 식물농장이 발전하기에 이상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수직형 식물농장에는 채소류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춘란, 약용작물, 화훼류 등 다양한 소득작물도 생산 가능하다. 도심 한복판 식물공장으로 출퇴근 하는 ‘양복 입은 신사 농업인’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탑재한 ‘수직형 식물농장’을 사막이나 남극, 우주에 수출할 수도 있다.

선진국 지도자들이 농업을 “미래를 여는 열쇠”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라고 한 것은 먹는 농업만이 아닌 다양한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한 말이다. 우리 농업도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물론 농촌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전통농업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나아가 도심 한복판에서 최첨단 과학과 접목되는 것도, 새로운 기술로 고소득 작물을 키우는 것도 농업이다. 지하에 머물던 춘란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든 것처럼 먹는 농업을 넘어 ‘신(新) 농업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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