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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가장 약한 고리…삼성물산·그리스·메르스
2013년 8월 4일. 이종격투기 UFC 매니아들은 TV 앞에 모였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링 위의 폭군’ 조제 알도가 맞붙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알도는 천하무적이다. 경기 양상은 의외였다. 정찬성이 알도를 몰아 부쳤다. 알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4라운드에 정찬성에게 문제가 생겼다. 오버훅을 날리다 오른쪽 어깨가 빠졌다. 알도의 눈은 날카로웠다. 레프트 킥을 연달아 정찬성의 오른쪽 어깨에 퍼부었다. 경기진행이 불가능해진 정찬성은 TKO패했다. 2년이 다 된 일인데, 팬들은 지금까지도 이 장면을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이날 정찬성의 오른쪽 어깨는 ‘가장 약한 고리(weakest link)’였다.

“쇠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해질 수 있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식물연구 과정에서 발견하고 ‘미니멈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이름 붙였다. 20세기 들어 레닌은 러시아를 ‘세계 제국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부르며,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유력한 국가로 선동했다. 레닌은 ‘가장 약한 고리’ 이론의 적용 범위를 이렇게 넓혔다. ‘가장 약한 고리’는 이제 낯선 말이 아니다. 여러 현상을 살필 때 유용한 개념이 됐다.

벌처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 공격이 핫이슈다. 엘리엇은 독수리였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다고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삼성물산을 쪼아댔다. 삼성은 양 사 합병을 통해 그룹지배구조 재편을 시도하려 한다. 새 지배구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이하 제조군(群)과 삼성생명 이하 금융군(群)을 지배한다. 새 지배구조에서 핵심고리가 될 삼성물산이 현재 ‘가장 약한 고리’임을 엘리엇은 간파했다. 삼성의 삼성물산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쳐도 20%가 채 안된다. 7%대 지분을 단숨에 거머쥔 엘리엇이 한번 붙어보자고 맘먹을 만한 ‘약한 고리’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은 초미의 관심사다. 아직 집행되지 않은 구제금융 72억유로를 받아내는 협의가 순조롭지 않다. 이 협상이 전세계의 관심을 끄는 건 그리스가 유럽(유로존)의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최종결렬되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이 경우 그렉시트(Grexit :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이는 곧 유로존 분열이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브렉시트(Brexit : 영국 이탈), 포렉시트(Porexit : 포르투갈 이탈)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유럽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는 큰 몸살을 각오해야 한다.

메르스(MERS)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건시스템과 의료문화는 ‘가장 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였다. 메르스의 틈새 공격에 최고(最高)병원과 호텔이 뚫렸고, 가정, 학교,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사스(SARS) 모범 예방국’ 명예는 ‘메르스 수출국’ 오명으로 바뀌었다. 요란한 잡음을 내고 있는 문학계의 표절 관행, 문화계의 인사 난맥도 각각의 ‘약한 고리’다. ‘문화강국‘, ’문화융성‘ 구호를 무색케한다. ‘가장 약한 고리’ 수준으로 이렇게 도매값에 넘어간다.

경영학자 개리 해멀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강조했다. 잘하는 것, 잘되는 것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한때 막강한 경영전략으로 각광 받았지만, 최근에는 반격을 받고 있다. 한 곳에 매몰돼 ‘약한 고리’를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익강, 약익약(强益强, 弱益弱)’이 정답일까? 리비히의 말을 다시 적는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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