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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메르스, 위기관리 홍보의 실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시작된 지 한 달여 지나면서 그 기세가 꺾이는 형국이다. 확진 환자 발생도 감소하고 완치된 사람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온 나라를 불안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의 큰 불이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 본다.

아직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한 달 동안 우리가 얼마나 허둥대고 위기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송두리째 보여 주었다.

우선 정부의 공중 보건 정책, 특히 초기 대응은 미숙하고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몇 년 전 중동에서 메르스가 나타났을 때 보건 당국은 전파력이 약하고 감염조건이나 환경도 별 것 아니라는 투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치인(권)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발등의 불’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다음 행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은 언론대로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현상만을 보도하여 공포를 조장(panic fostering) 하기도 했다. 병원들은 경제적인 득실만을 생각하여 정보를 차단, 은폐하고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했다. 국민들은 병원 순례(?) 등 지켜야 할 수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돌아 다녀 감염 속도와 지역을 넓혔다. 창피하고 수준낮은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였던 한 달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홍보 정책의 미숙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홍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이를 축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소통방법이다. 일방적으로 국민을 조정(manipulation)하는 선전과는 판이한 것이다. 충분하고 적절한 정보를 쉬운 방법으로 빨리 전달해서 사태를 소상하게 파악하여 사태를 함께 극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태의 본질과는 사뭇 다른 무책임한 말만 남발했다. 전염력이 낮다든지 2차 3차 감염은 우려할 것이 못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말과는 다르게 메르스는 들불같이 번지기만 하여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증폭되기만 했다. 스텝은 꼬이고 정부는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공중보건이나 위기관리 홍보는 국민 모두가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제일의 중요하다.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평상심을 유지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원칙을 소홀히 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잘못을 저질렀다.

메르스 사태가 한 풀 꺾이면서 ‘외양간 울타리 고치는’ 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담아 들을 만한 것들이다. 따라서 위기대응과 관련한 꼼꼼한 홍보정책 방안 수립과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대비책을 내 놓아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번만 아니라 위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홍보업무의 헛발질을 이젠 제발 끝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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