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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홍길용]폭력의 시대…IS와 행동주의 투자자
2012년 세상을 떠난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시대시리즈’는 역사학도들뿐 아니라, 인문사회학도들에게도 필독서다.

홉스봄은 19세기와 20세기를 넷으로 나눴다. 1789년 영국 산업혁명부터 1848년 프랑스 2월혁명까지는 ‘혁명의 시대’다. 그리고 ‘장발장’의 시대배경인 1871년 ‘파리코뮌’까지는 ‘자본의 시대’다. 이후 1914년 1차 대전 발발 때까지는 ‘제국의 시대’로, 그 이후부터 1991년 구소련 붕괴까지를 ‘극단의 시대’로 구분했다. 여기에 보태 2007년 나온 책이 ‘폭력의 시대’다. 부제(副題)는 ‘세계화, 민주주의 그리고 테러리즘(Globalization, Democracy and Terrorism)’이다.

홉스봄은 폭력의 시대에서 “21세기에는 국가는 국민에게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할 수 없고, 인간도 더 이상 국가 권력이 자신을 통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가의 유일한 물리력이던 무력도 이젠 사조직이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 같은 홉스봄의 해석에 가장 부합하는 세계적 집단이 둘 있다. 행동주의투자자(Activist) 등 글로벌 자본과 테러단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21세기 들어 세계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첫 사건이지만, 이 두 집단은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 진화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슬람국가(IS)는 다국적 자원자(volunteer)와 세계 각지의 추종세력(alliance)으로 구성돼 홉스봄의 견해대로 보면 기존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는 ‘가장 21세기적인’ 조직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본 역시 국경 없는 자본으로 구성된다. 전세계 주요기업의 경영에 간여, 기업의 국적개념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역시 탈(脫) 국가조직이라 할 만하다.

IS는 이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적인영향이 거의 없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추진을 두고 미국 엘리엇펀드와 벌이고 있는 대결은 중요한 신호탄이다.

IS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갖고 테러리스트를 자원한다는 데 있다. 행동주의투자자 역시 주주들의 소외감을 절묘하게 활용해 힘을 키운다.

IS문제는 유럽과 미국의 일자리 문제, 청소년 문제가 낳은, 행동주의투자자들은 주주중심 경영의 부족함이 낳은 괴물이 아닐까. 괴물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격차는 갈등을 낳게 된다. 벌써부터 선진국의 경제위기와 재정위기를 양적완화라는 ‘통화 폭력’을 통해 신흥국으로 전이시킨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은 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대한민국도 이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현상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하나를 해결해도다음에 또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앞으로 나올 여러 괴물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본질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힘만으로어렵다면 지혜로운 석학들의 혜안이라도 빌려볼 때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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