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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일형]한국 수출의 새로운 지평
기본적인 경제활동조차 하기 힘든 폐허가 된 땅에서 한국은 노동집약적(60년대), 자본집약적 (70년대), 기술집약적(80년대) 산업을 육성하면서 오늘의 수출 강대국을 일궈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열약한 환경가운데서도 저임금을 받으며 묵묵히 일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 야심찬 계획아래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정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수출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자국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투자 중심의 고성장에서 소비중심의 안정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국, 2000년대 세계무역에 크게 기여했던 유럽의 저성장 기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정책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수출시장을 제공해 주었던 신흥국들의 상실되어가는 성장 동력, 미국의 정상화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우리 수출의 지평을 바꾸고 있다.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세계 노동 인력과 보편화된 제조 기술은 한국이 일반 수출상품 시장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금융자금은 중화학 및 선박과 같이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었고 그 결과 이 분야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상대적 우위를 상실케 했다.

이에 더하여 미국에는 이미 10년 이상 상품화할 수 있는 신기술 특허들이 줄 서 있고, 중국은 매년 700만 명의 대학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유럽은 경기침체임에도 마이스터 정신으로 품질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시간이 있다. 세계무역이 둔화되는 가운데 우리 상품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적게나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이 소수 15개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그 중 30% 가량에서 이미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하는 상황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수출의 하락은 수출단가하락과 중국의 일시적 수요부진에 기인한 것이며, 엔저의 영향은 일부 특정 산업을 제외한 전체적 수출에는 아직까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세계 50여개국과 FTA를 체결한 지금 추가적으로 제3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ㆍ고가품의 특성화ㆍ다양화 및 서비스 산업 진출(가치사슬 고도화 전략)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한 시장공략 (차별화된 지역전략) ▷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외국인투자 유치확대 및 한국형 중소기업 하이테크전략 수립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의 재진입 촉진) ▷기초과학분야 및 미래 유망 상품의 집중 투자 (우주과학, 에너지 절약기술, 바이오 기술 등 신기술 분야)를 유도하여 30년 후를 내다봐야 할 것이다.

앞서 제시한 4가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생각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규제보다는 국제규범 및 관행도입, 수출총액보다는 역내ㆍ외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고등교육보다는 적정교육, 민간 기업과는 구별되고 차별화 된 기초과학 등으로의 선별적인 정부투자, 제조보다는 콘텐츠, 그리고 단순 노동력 및 자본 확보보다는 창조적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조성 등이 바로 우리가 바꾸어야 할 중요한 생각의 패러다임이다.

생각이 바뀔 때 비효율적 시장구조ㆍ규제를 과감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이를 통해 ‘질서 있는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을 포함한 창업 환경과 융합의 창을 열어주어 노동ㆍ자본ㆍ기술 집약적 산업에 의존해 온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고 또 비교우위의 강점인 ‘창의성’이 재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 승패가 불확실했던 중화학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용기를 다시 한 번 발휘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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