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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수수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리베이트만 6000억원…수수료 높은 이유 있었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카드 수수료’는 잊을만 하면 나오는 단골 메뉴다. 한쪽에선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아 살 길이 막막하다”고 아우성이고, 다른 쪽에선 “더 이상 내릴 여지도 없다”고 맞선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카드 수수료는 ‘그림자 금융규제’에 빨간딱지를 붙이겠다는 금융당국의 ‘개혁’ 의지와도 아랑곳 없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게 사실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로 통하는 밴(VAN)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황금알 낳는 거위’ 밴 사업…수수료 높은 이유 따로 있다=밴사는 신용카드와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결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드사로부터 승인수수료 및 매입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신용카드가 사실상 현금지불을 대체하면서 밴사의 수익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조원대에 이르는 밴 시장을 놓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도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를 애기할 때 밴수수료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밴 수수료는 결제 건당 100~170원 가량을 받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비용에서 밴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16.3%에 달한다. 편의점에서 4500원짜리 담배 한 값을 신용카드로 사면 편의점주는 90원 가량(카드 수수료 2~2.5% 기준)을 지불하게 되는데 이 중 15원 가량은 밴사들이 가져간다는 애기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는 대손상각비와 판관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실제 수익 구조상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론 등 순이자 수익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카드사로선 가맹점 수수료를 더 이상 낮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자산평잔기준으로 순이자수익이 5%인데 반해 순수수료수익(가맹점 수수료 등)은 1% 남짓”이라며 “조달금리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수료의 경우 가격 탄력성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수수료 산정은 단순히 조달금리의 변동보다는 신용사이클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현재 구조상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추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건당 100~170원 가량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밴사의 수수료를 줄이지 않는 이상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애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부풀려진 밴사들의 수수료만 줄여도 카드 수수료가 낮춰지는 연쇄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영세가맹점 중심으로 밴 수수료가 낮아지면 다른 가맹점들도 자연스레 수수료가 낮은 밴대리점과 계약을 맺으려 하는 만큼 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베이트만 6000억원 규모…왜곡된 밴 시장 구조, 수수료만 부풀린다=이와 함께 밴사가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대형 가맹점에게 상당금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도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리베이트로 인해 밴 시장이 왜곡되면서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만 부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밴사들이 막대한 리베이트를 동원해 대형가맹점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카드사로부터 받는 밴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없었다”며 “사실상 리베이트를 받지 못하는 중소형 가맹점이 모든 비용을 떠안는 구조로 시장이 왜곡된 것도 카드 수수료와 관련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일피더블유씨 컨설팅(한국신용카드 VAN시장 현황분석, 2013)에 따르면 2012년 밴사가 신용카드 밴 부문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3665억원으로, 이 중 가맹점에 지급한 리베이트 금액은 2365억원으로 추정된다. 2013년 서부지검의 ‘밴사업자 선정 관련 비리사건 종합수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밴업계 전체의 리베이트 비용은 6086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밴시장 구조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당시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밴 수수료는 밴사와 카드사 간에 결정되기 때문에 밴사는 가맹점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불합리한 거래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며 “리베이트 경쟁은 불공정한 비용분담을 야기할 수 있으며, 수익의 불법적 또는 불합리한 내부적 배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은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며 실질적으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고 있지만, 소액결제 위주의 중소가맹점은 특별한 혜택 없이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밴 수수료가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대형가맹점이 받는 이같은 리베이트는 결국 중소가맹점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의 일부로 충당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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