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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무식하게 우직하게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1990년대 당시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다. 친구들은 고문으로 죽어 나가기도 했다. 나는 생각했다. 지금 이 시대에 아름다운 꽃과 나비를 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함께 시위 현장으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로서 최소한 솔직하고 싶었다.”

조각가 성동훈(48)은 중앙대학교 조소학과를 다니던 학창 시절부터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우직하고 강인한 ‘돈키호테’라는 초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 암울한 시대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아냈다. 공업용 시멘트나 금속을 이용한 거친 질감의 조각은 당시 화단을 풍미했던 미니멀리즘 사조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코뿔소의 가짜왕국’, 세라믹ㆍ비행기 잔해물 등, 205x170x360㎝, 2015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성동훈 작가는 ‘소리 나무’ 연작으로도 유명하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육중한 나무에 수천 개의 세라믹 종을 달아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내도록 만든 키네틱 조각이다. 소리를 시각화 한 이 작품은 2007년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때 설봉공원에 설치되며 화제를 모았다. 소리 나무를 비롯한 그의 조각 작품들은 현재 이태리 우디네시 조각공원, 독일 츠비키우 조각공원, 코스타리카 산호세 시청 등 세계 곳곳의 조각 공원 등에 소장돼 있다.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성동훈 작가의 개인전이 사비나미술관 전관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5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코뿔소의 가짜왕국’ 세부 사진.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무식할(?) 정도로 우직한, 그러기에 더욱 순수한 돈키호테처럼, 작가의 작업도 여전히 ‘무식한 우직함’ 그대로다. 그동안 노마드(Nomad)를 자처하며 대만, 중국, 인도 등 세계를 떠돌았던 작가가 재료에 대해 끝없이 실험해 온 흔적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용광로나 추락한 전투기에서 얻은 철 잔해물로 빚은 조각은 특유의 질감을 극대화했다. 기암괴석 같은 원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에 한국 전통 백자, 강진 청자, 청화 백자 등 다양한 도자기를 접목했다. 열대 열매들의 화학작용으로 금박 색깔을 내는 인도의 전통 브론즈 제작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도자기에 그림도 직접 그려 넣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상어 조각에는 304개의 노란 리본을 새겨 넣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작가 나름의 추모다. 모든 작품에 작가의 손 때가 묻어 있다.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다. 
‘검은 통곡’, 세라믹ㆍ스테인리스 스틸 등, 180x105x290㎝, 2015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노마드 돈키호테 작가의 여행은 아직 진행중이다. 그동안 오지를 떠돌았던 작가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호주 사막 프로젝트를 위해 떠날 예정이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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