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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홍길용]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고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명백하게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예고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소송의 이유다.

그런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발표 당시를 살펴보면 과연 ‘명백한 잘못’이라 볼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올 1분기말 외형(자산)을 보면 제일모직은 8조원, 삼성물산이 26조원이다. 합병 발표 직전 시가총액은 제일모직 약 22조원, 삼성물산 약 8조8000억원이다. 삼성물산의 이 때 기업가치가 터무니 없는 수준이었을까?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은 크게 건설과 종합상사다. 합병 발표 직전 건설업 대장주로 지난 해 8027억원의 세전이익을 낸 현대건설 시총이 약 5조원, 종합상사 업종 1위로 지난 해 2872억원의 세전이익을 낸 대우인터내셔널 시총이 약 3조원이었다. 지난 해 고작(?) 4570억원의 세전이익을 낸 삼성물산 시총이 이익도 많고 덩치도 더 큰 두 회사의 합보다 컸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12조원 대의 삼성계열사 지분가치가 합병비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가추이를 그려 보면 ‘거꾸로’일 때가 대부분이다. ‘시장’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가치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던 셈이다.

주가는 자산가치 외에도 미래가치와 사업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반영한 결과다. 이 때문에 자산가치와 시장가치는 다른 게 보통이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합병기준을 시장가로 정하고 있다. 자산 등 다른 요소까지 감안한다면 자산을 부풀리거나 줄여 합병가치를 조작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제일모직 주가가 높고,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때를 절묘(?)하게 이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삼성물산 주가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와병 직후인 지난 해 5~11월 사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이 때는 제일모직이 비상장일 때다.

따라서 제일모직 상장한 작년 12월 18일 이후부터 합병발표 전까지 두 회사의 주가를 비교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기간 최고가는 제일모직 18만1500원, 삼성물산 6만3600원이다. 합병 기준가는 제일모직 15만9294원, 삼성물산 5만5767원이다. 최고가 대비 각각 12.23%, 12.31% 낮은 시점에서 합병 발표가 이뤄졌다.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보다 더 못한 때는 아니다.

전문가들과 외신들도 엘리엇펀드의 가처분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전망을 많이 내놨다. 그럼에도 굳이 소송을 진행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최종 판단은 주주몫이다. 다만 삼성의 의도를 읽으려 애쓰는 만큼 엘리엇펀드의 속셈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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