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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동희]형사입법의 범람 경계해야
최근 국회입법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으로 의원발의 법률안의 급격한 증가추세가 꼽힌다. 과거 제헌국회부터 14대 국회까지는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된 법률안의 다수였고, 의원발의 법률안은 몇 십 내지 몇 백 건에 그쳤다. 그랬던 것이 15대 국회(1996∼2000년)에서 1144건으로 정부제출 법률안 807건을 앞지른 이후 16대 1912건(정부 595건), 17대 6387건(정부 1102건), 18대 1만2220건(정부 1693건)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현 19대 국회는 올해 2월에 이미 역대최고치인 1만3000건을 넘어섰다. 의원발의 법률안이 정부제출 법률안의 약 80∼90%인 독일, 일본은 물론 3배 정도인 영국, 프랑스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의원발의 입법은 국회가 민의를 반영하여 얼마나 입법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그 활성화는 의회민주주의 정착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국회가 정부 법률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통법부였다는 오명을 떨쳐내는 긍정적인 변화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와 더불어 입법의 남발과 졸속성, 비전문성, 건수채우기식 재탕입법이나 특정이익집단의 로비입법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원발의 입법 자체를 제약하거나 부정하자고 한다면 본말전도의 논리가 되겠지만, 개선책은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더 큰 문제는 형사처벌 관련입법의 범람 실태다. 19대 국회에 들어 발의된 형법·형소법 개정법안만 200건에 육박한다. 수많은 특별법 영역의 형사처벌 관련입법은 수를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법률 수는 약 1300개이고, 이 중 대부분은 행정법 영역에 속하고, 순수한 의미의 형사법률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행정법에 속하는 법률들이 행정의무위반자에 대해 대부분 형벌을 부과하고 있고, 그 숫자가 무려 700여개에 이른다. 형사처벌로서 행정의무이행을 담보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그야말로 형사처벌 법률의 범람이자 홍수 상태다. 엄벌주의식 법개정이나 법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재 신설도 적지 않다. 덕분에 형사입법 실태는 수범자인 국민은 물론 법집행자인 경찰이나 판·검사도 전체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형사법률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물론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까지 직접 박탈할 수 있는 법률이다.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에 속하며 독재권력일수록 더 천착하고 향유하려는 속성을 보인다. 그래서 형벌은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최후수단으로 허용된다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으로 되어 있다.

형사처벌 법규가 범람하는 이면에는 모든 사회문제를 오로지 형벌로서 제재하고 해결하겠다는 형벌만능주의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형벌만능주의는 수사기관이나 사정기관의 권한 비대화를 초래하고 이헌령 비헌령 식으로 어떠한 행위라도 범죄로 재단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게 된다. 수사, 재판해서 형사처벌하는 이외에 다른 합리적인 사회문제해결의 기제가 발전하지 못하게도 만든다. 우리 사회가 형사입법의 범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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