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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귀농·귀촌, 빨리 땅부터 사라고?
#1. 강원도 H군의 지역유지 김모(72) 씨는 나이와 건강 탓에 많은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되자 최근 여러 필지의 농지와 임야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소문이 나는 것을 싫어해 무허가 중개인에게 땅 매도를 의뢰했다.

#2. 9년 전 경기도 Y군으로 귀농한 김모(56) 씨는 얼마 전 소유 농지 1만㎡(3025평) 중 일부를 직거래로 팔기 위해 인터넷에 매물로 올렸다. 양도세 감면조건(8년 자경ㆍ재촌)을 충족해 팔아도 세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 몇년 전 충북 G군으로 귀촌한 박모(58) 씨는 최근 땅(텃밭)과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당초 산 가격보다 조금 싸게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가격을 더 낮출까 고민 중이다.

위의 사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골 땅을 매물로 내놓은 경우다. 도시인 등 외지인이 오래전에 투자목적으로 사놓은 땅 역시 매물이 넘쳐난다. 정부 통계(2012년 말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개인 토지의 50.3%가 외지인 소유다.

위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 원주민(사례1) 뿐 아니라 도시에서 들어온 귀농ㆍ귀촌인(사례2ㆍ3)도 땅을 팔고자 한다. 매도 과정에서 직거래를 택하기도 하고(사례2), 무허가 중개인을 이용하기도 한다(사례1). 양도세 감면 조건을 활용한 ‘세테크 매물’도 많고(사례2), 시골 정착에 실패한 ‘역귀농ㆍ역귀촌 매물’도 드물지 않다(사례3).

이처럼 시골 땅 매물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9년 이후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21만명)를 필두로 한 귀농ㆍ귀촌 행렬이 시골 땅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한 이후에도 시골 땅 매물은 줄지 않고 있다. 다만 귀농ㆍ귀촌 붐이라는 호기를 틈타 최근 몇년 새 일부 시골 땅의 매도 호가가 높게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일부 높게 거래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시골 땅 중개업소나 전원주택업체, 땅을 개발해 분양하는 토지개발업자들이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에게 “빨리 땅부터 사라”고 부추기는 모양이다. 여기에 일부 귀농ㆍ귀촌 전문가와 멘토들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농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강남 양재역)에서 귀농ㆍ귀촌 길라잡이 강의를 했는데 일부 교육생들이 고민을 토로했다. 한 예비 귀농인은 “어떤 강사는 향후 귀농ㆍ귀촌 열풍이 이어지면서 땅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빨리 땅부터 사놓는 게 좋다고 말해 다소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과연 빨리 땅부터 사야할까. 귀농 6년차인 필자가 직접 보고 듣기로는 요즘에도 시골 땅 매물은 차고 넘친다. 문제는 귀농ㆍ귀촌이란 호재에 편승해 대부분 매물이 턱없이 비싼 가격에 나온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땅을 꼭 사야 한다면 급매물 위주로 공략해야 하는 이유다.

땅 투자 격언에 ‘망설이면 놓치고 서두르면 당한다’는 말이 있다. 시골 땅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가격 오름세가 있다고 해서 “망설이면 놓치니 빨리 땅부터 사라”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서두르면 당하니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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