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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일리시한 국악, 더 신명나네~
창덕궁 달빛기행·여우락 페스티벌 등 현대적 전통문화 공연 매진 또 매진…20~30대 젊은층, 아이돌 콘서트보다 더 열광
문화재청의 ‘창덕궁 달빛기행’과 국립극장의 국악 페스티벌 ‘여우락’은 아이돌 콘서트보다 표 구하기가 더 어렵다. 국립국악원은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본따 ‘여무 배틀전’을 기획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전통문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스타일리시해진 전통문화에 중년층은 물론 젊은층들이 열광하고 있다.

▶창덕궁 달빛기행, 참석률 거의 100%=“너무 크게 소리 지르지는 마세요”

해설사의 당부는 소용이 없었다. 창덕궁 달빛기행에 참가한 관람객들은 연못 위에 비친 주합루를 보는 순간 여기저기서 “우와” 소리를 냈다. 연못 옆 정자에서는 맑은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청사초롱을 들고 은은한 달빛 아래 궁궐의 모습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1회당 100명의 관람객만 참여할 수 있다. 지난 1일 개최된 달빛기행 참가자 중에는 셀카봉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20~30대 젊은 커플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워낙 표 구하기가 어려워 급박한 사고를 당한 경우가 아니면 취소표가 나오지 않는다”며 “참석률이 거의 100%”라고 전했다.

궁궐 관람이 끝나면 관람객들은 연경당에서 평소 보기 힘든 국악 공연을 보게 된다. 이날 화려한 한복을 입은 무용수가 궁중무용 ‘무산향’을 추자 관객들은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국악 연주자들과 소리꾼들은 ‘춘향가’, ‘몽금포타령’ 등에 이어 뮤지컬 ‘맘마미아’ 삽입곡인 ‘댄싱퀸’ 등을 들려줬다. 관객들은 손뼉을 치고 즐거워하며 앙코르를 외쳤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대학생 백재흠씨는 “이전에 국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창(唱)을 하시는 분이 너무 잘해서 저절로 국악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지난 2009년 시범사업에 이어 201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된다. 올해 하반기 달빛기행(8~10월) 입장권 예매는 오는 7월말~8월초에 시작될 예정이다. 

▶나는 가수다(X)…나는 전통무용수다(O)=“고급스러운 장마당에 온 기분입니다. 무대 가까이에서 무용수들의 표정과 손끝을 보니 가슴이 꽉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지난 3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전통무용수 6명의 공연이 끝나자 중년 남성 관객이 일어나 소감을 밝혔다. 130석 규모의 풍류사랑방은 온돌마루 위에 푹신한 방석이 깔린 소극장이다.

이날 풍류사랑방에서는 전통무용판 ‘나는 가수다’가 열렸다. 살풀이춤, 태평무, 산조춤을 각각 두 명의 여성 무용수가 유파별로 선보여 대결하는 방식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평가단은 국립국악원에서 나눠준 설문지에 가장 선호하는 무용수의 번호를 적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일부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관람했지만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첫번째로 국립무용단의 백진희가 ‘조흥동류 살풀이춤’을 췄다. 백진희는 느껴질듯 말듯 어깨와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단아함을 보여줬다. 반면 이어진 김진정의 ‘이매방류 살풀이춤’에서는 보다 크고 힘있는 동작을 볼 수 있었다.

이어 태평무(이지연 vs 이지은)와 산조춤(장민하 vs 김태은)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청중평가단의 설문지를 걷었다. 집계가 진행되는 동안 국립무용단의 젊은 피 권덕연과 이하경이 설장구춤을 췄다. 이전까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와 달리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잘한다”, “얼씨구”, “어이”와 같이 추임새를 넣었다.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지자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져 마치 홍대 앞 클럽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사회를 맡은 배우 양희경이 무대에 올라 “수상자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멘트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대상인 ‘여인천하상’은 우아하고 화려한 움직임으로 궁중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린 이지은에게 돌아갔다.

관객 기무간(23)씨는 “배틀이라는 새로운 형식이라 재미있었다”며 “투표를 해야 해서 평소보다 공연을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민요와 재즈의 만남(6월 12일) 등 매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악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국악공연인데…해마다 매진 사례=국립극장이 매년 개최하는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도 서두르지 않으면 표 구하기가 어렵다. ‘여우락’은 전통음악과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목해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해왔다.

국립극장은 올해는 20~30대 관객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재즈 가수 나윤선을 예술감독으로 기용했다. 7월 한달간 14개 공연을 선보인다. 나윤선 예술감독이 출연하는 첫날 공연의 경우 전체 500여석 중 10석 미만이 남아 벌써부터 매진이 임박했다.

올해 ‘여우락’은 나윤선 예술감독과 ‘여우락-올해의 아티스트’ 허윤정(거문고 연주자)을 주축으로 8명의 연주자가 참여한다. 거문고ㆍ첼로ㆍ장구 연주에 인디가수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입혀지기도 하고, 남궁연의 드럼 연주와 타악 연주자 민영치의 장단에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 김주원ㆍ이영철이 춤을 추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 등의 작곡가 이지수는 기존 영화 음악과 민요 등을 편곡해 한국 고전 영화 명장면 위에 입히는 색다른 시도에 나선다.

여우락은 지난 2010년 시작한 이래 지난 2013년 유료 점유율 100%, 2014년 유료 점유율 90%를 기록한 바 있다.

글ㆍ사진=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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