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국가적 위기에 親朴, 非朴 타령할 때인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새누리당내 계파간 갈등이 도를 넘은 듯하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연일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도 친박과 비박 세력간 책임공방이 식을 줄 모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지금 온 나라가 공포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는 등 메르스는 급기야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러나 앞장 서 난국을 헤쳐나가야할 여권이 되레 자중지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볼썽사나운 일이다.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도 여권내 갈등이 여과없이 분출되는 것을 보면 도대체 국가를 경영할 자세와 능력이 있기나 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딱 그랬다. 이날은 사망자 발생에 이어 3차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돼 4차 감염까지 우려되는 등 메르스 파동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싸움에 매달리느라 메르스 대책은 뒷전이었다.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진두지휘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계파간 논란만 거셀 뿐이었다.

청와대의 속좁은 행태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독단적으로 강행한만큼 ‘당정청협의’ 중단을 시사했다. 여당이 제안한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 회동조차 사실상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메르스 수습이 중요한 만큼 지금 당정청회의를 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행간에는 당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 당정간 협의를 않겠다는 것은 청와대가 공동운명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과 앞으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같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묵살’한 당에 대한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아무리 속이 상한다고 대화도 않겠다는 식의 반응은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에서 할 말은 아니다. 청와대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권내 국회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 등을 겨냥한 힘겨루기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실제 그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할 만큼 대내외 상황이 한가하질 않다. 꺼져 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당면한 청년실업 문제 등 메르스 파동 말고도 청와대와 여당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