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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는 지금 제2 세월호 쇼크?…휴업 703곳, 메르스 과잉대응 논란도
교육부 집계 휴업校 703곳…’메르스포비아’ 타고 서울 대치동 등 ‘증가세’
”여름방학 단축ㆍ진도 차질 대책 세워야”…일부서 휴업 적절성 논란 제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휴업하는 유치원과 학교가 700개를 훌쩍 넘어섰다. 휴업 결정을 내린 곳은 4일 10시 현재 703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같은 날 오전 214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나절 새 3배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ㆍ경기ㆍ충북ㆍ충남 교육감과 긴급 대책 회의를 가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위기 경보가 ‘주의’ 단계지만, 한 단계 위인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는 휴교나 휴업을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일선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교육ㆍ보건당국의 엇박자 속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잇단 학교들의 휴업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메르스 우려로 휴업 결정을 내린 유치원과 학교는 전국적으로 544개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사진]

▶공식집계만 544개교 휴교=교육부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유치원 196곳 ▷초등학교 273곳 ▷중학교 55곳 ▷고등학교 7곳 ▷특수학교 9곳 ▷대학교 4곳 등 544개로 집계됐다.

역별로는 경기도가 439곳(80.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기도에서는 ▷유치원 179곳 ▷초등학교 210곳 ▷중학교 37곳 ▷고등학교 6곳 ▷특수학교 4곳 ▷대학교 3곳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어 충북이 유치원 8곳, 초등학교 24곳 등 40곳, 충남이 초등학교 23개교를 포함해 31곳, 대전이 대학 1곳을 포함해 16곳, 세종이 유치원 6곳과 초등학교 4곳 등 10곳으로 뒤를 이었다. 휴업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충청권에 몰려 있었지만,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6곳과 중학교 1곳 등 7곳이 같은 날 휴업했다.

하지만 교육부 통계는 시ㆍ도 교육청들의 집계를 받아 작성되는 것으로, 실제 휴업 학교는 544곳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같은 날 오후 7시 현재 휴업에 들어간 경기 지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만 585곳이나 됐다. 이에 따라 4일 현재 휴업 중인 학교는 544곳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잇단 휴업 ‘메르스 포비아‘ 원인…“학사일정 차질 등 문제” 적절성 의혹 제기=이 같은 휴업은 ‘메르스 포비아(phobiaㆍ공포증)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ㆍSARSㆍ사스), 신종플루 등 잇단 감염병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데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300명 가까운 어린 고교생들이 목숨을 잃은 뒤 “내 아이도 혹시…”하는 불안감이 국민들의 뇌리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포털 사이트 댓글 등에서는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보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안감이 학부모들에게 더 큰 공포심을 키웠으리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 불신과 함께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높아져 사회적인 불안감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잇단 휴업이 적절하냐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초ㆍ중학교의 잇단 휴교도 자녀 사랑에 유별난 이른바 ‘대치동 맘’이 움직여 일어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는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한 의사들의 90%가 강남 거주자’라는 글이 돌았고, 이것이 자녀 학교에 대한 ‘대치동 맘’의 휴교 요구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휴업에 대해 신중할 것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휴교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명확한 지침이 없이 보건 전문 지식이 부족한 학교장에게 재량 휴업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은 예방 대책 마련과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잇단 휴업에 따른 여름방학 단축이나 학사일정 차질에 대한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충청권 대학의 한 간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 실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다면 학사일정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휴업을 하는 학교가 수업 결손 보충 계획을 편성하게 해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휴업에 따른 학사일정 차질이나 부실 수업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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