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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름’에서 ‘많음’으로, 통신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빠름’의 시대가 가고 ‘많음’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통신 시장의 마케팅경쟁이 데이터 전송의 ‘속도전’에서 ‘무한제공전’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지난 2011년 국내에서 LTE(롱텀 에볼루션)가 상용화된지 4년만에 일어난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누가 더 빠른가”를 두고 대결했던 이동통신3사가 “누가 더 많이 주는가”를 놓고 연일 치고 받는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교 단위 또한 Mbps(1초당 1메가비트의 전송속도)에서 GB(기가 바이트)로 바뀌었다. 이제 가입자수가 포화에 다다른 국내 통신 시장에서는 빠른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많이 주는 자가 살아남는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의 본질의 변한 것이다. 

이는 통신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모바일 단말기(스마트폰) 성능의 혁신, 소비자 사용 습관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됐다. LTE에서 LTE-A(2배)및 광대역 LTE-A(3배), 3밴드 LTE-A(4배)를 거치는 동안 이통3사간 데이터전송의 ‘속도차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 스마트폰의 성능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메모리 크기도 증가했고, 속도는 빨라졌으며, 어플리케이션 구동능력도 좋아졌다. 한마디로 ‘버퍼링’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동영상 시청이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됐다. 출퇴근길에서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화를 감상하거나 실시간 스포츠중계를 보거나, TV 다시 보기를 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속도전에서 무한제공전으로의 전환은 모바일 동영상 시청에서 ‘끊김없는 서비스’에서 ‘오래 많이 보는 서비스’로의 중심이동을 가져왔다. LTE 상용화 후 모바일 동영상 시청에서 통신사들의 관건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여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단지 끊김없는 동영상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요구하게 됐다. 더 많은 콘텐츠와 이를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통신사들의 승부처가 된 것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를 가장 늦게 발표한 SK텔레콤이 ‘더 많이’ 경쟁에 불을 붙였다. SK텔레콤은 최저 요금에서도 유선까지 음성통화 무제한을 확대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의 동급 요금 구간에서 1~2천원을 올리고 대신 0.2GB~0.5GB의 기본 제공 데이터를 늘렸다. SK텔레콤이 데이터요금제 신규 가입자수를 빠르게 늘려가자 LG유플러스는 비디오 전용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며 요금제를 보강했다. 모바일 IPTV 서비스 폭도 확대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출퇴근, 점심 시간 등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하루 6시간 동안 1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쓸 수 있는 부가 상품을 내놨고, KT는 하루 중 3시간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선택해 2GB를 추가로 제공받는 부가 서비스를 내놨다. 여기에 더해 LG유플러스와 KT도 기본 요금 구간에서 음성통화 무제한 서비스를 유선까지 확대했다.

‘빠름’에서 ‘많음’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소비자들에게는 데이터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통신사들에게는 고품질, 고용량의 콘텐츠를 더 오래,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데이터 제공을 요구한다. 결국 ‘빠름’에서 ‘많음’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개인에겐 가계통신비 절감을, 통신사들에겐 영업이익의 증대를 가져다 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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