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삐삐에 놀라던 초등학생, 고객 빅데이터 분석으로 ‘밀당’ 만들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최대 사업자도, 후발 사업자도 통신 요금표는 항상 엇비슷하다. 경쟁사와 비슷하게 팔면 최소한 손해는 안본다는 ‘방어적 마케팅’이 널리 퍼진 통신업계의 특성이 만든 결과다. 그래서 시장점유율 역시 몇년 째 큰 변화가 없다.

KT의 박상호 무선요금기획팀 차장이 이런 업계의 불문율 깨기에 도전했다. 통상 월 단위로 주어지는 기본 데이터를 전달, 또 다음달까지 묶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출시와 동시에, 30%가 넘는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밀당’이다. 


그리고 ‘밀당’은 특허 출원을 통해 KT만의 고유한 비지니스 모델로 자리잡았다. ‘미투(Me too)’가 당연시 여겨지던 통신 시장에 다시 한 번 충격을 준 것이다.

박 차장은 “밀당의 성공에 대한 확신은 바로 고객들의 목소리를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존 데이터 이월하기에 당겨쓰기를 더한 ‘밀당’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2012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상품화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밀당’은 경력 10년 모바일 요금기획자인 박 차장의 머리속, 그리고 제안서에만 존재했다.


이런 ‘밀당’을 빛 보게 만든 것은 바로 고객이였다. 2013년 9월 데이터 사용과 관련된 요금 옵션에 대한 고객 조사에서 데이터 이월과 당겨쓰기를 고객들은 가장 원한다고 답했다. 박 차장은 “매월 요금제를 통해 제공받는 데이터 제공량을 초과할 위험이 있거나 초과를 통해 과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용자가 월 말에 데이터 이용을 자제하고, 이에 따라 월말에는 전체적인 데이터 이용률도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고 밀당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KT가 지난해 한해 동안 LTE 가입자 2만2918명 가입자를 샘플, 월별 데이터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월별 음성 이용량 편차는 ±27%그친데 반해 월별 데이터 이용량 편차는 ±45%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월 단위 데이터 요금제로는 고객의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밀당’은 빛을 볼 수 있었다.

박 차장은 “서비스의 네이밍인 ‘밀당’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주로 데이터를 젊은 층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얻어 공식 명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고 숨은 애피소드도 공개했다.

‘데이터 밀당’의 특허 출원은 서비스에 쏟아 부은 시간과 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박 차장은 “2010년 결합 서비스인 가족 스폰서 상품을 출시하고, 타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고객의 입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설계한 서비스의 차별성을 지켜가려는 불가피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산업이자, 포화된 시장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통신시장에서 그동안 당연시 해온 ‘미투(me too)’ 전략에 용감하게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박 차장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체신부가 주관했던 전시장에서 호출기로 연락 받아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며 신기해 했던 초등학생이 이제 광화문 사옥에서만 15년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KT만의 솔직담백하고 차별화된 특화 서비스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