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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혜정]한의학, 신뢰가 기본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몸이 아픈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자주 받는다. 몸이 안 좋은데 어느 한의원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으면 좋겠느냐는 이야기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어디를 추천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한의원을 보낼 것인지, 혹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곳을 보낼 것인지 망설여진다. 결국 잘 아는 곳을 추천하게 된다. 내가 신뢰하는 곳으로 보낸다는 뜻이다.

치료행위에 있어서 기본은 신뢰성이다. 그리고 신뢰라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떤 환자가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 때나 누군가에게 치료를 권유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이 된다.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의학을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이라고 한다. 단편적인 임상경험에 기초한 개인의 식견 보다는 과학적 증거에 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트렌드다. 근거중심의학은 서양의학 뿐 아니라 한의학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객관적인 신뢰성을 쌓아나가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곧 객관적인 근거가 되는 시기다. 아무리 문헌이나 경험적인 근거, 역사적인 근거를 부르짖어도 대중은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 한의학도 이제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야할 때가 왔다. 누군가가 어디가 불편해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을 때, 해당 질환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무엇이고, 어떤 치료효과가 예상되고,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한의학 연구개발에 있어서 한의약 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부분을 중점 추진방향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한의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안전성과 유효성 연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정부가 추진할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년)에서도 이 부분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올 연말까지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한방산업 허브기능을 수행할 한약진흥재단 설립 준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난임과 추나 등 한의약 근거창출과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임상연구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이는 한의학의 유효성과 안전성 연구는 한의학을 신뢰도를 높여나갈 것이고, 이는 곧 한의학이 국민의 건강한 삶에 더 많은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의 객관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진단의 객관화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진단의 객관화는 한의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정확한 진단은 환자 치료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서양의학계와 한의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이익과 의료 수요자의 입장에서 현명하게 해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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