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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③> SBS스포츠 “후배들의 거울” 김민아ㆍ“새 얼굴” 김세희, 노련함과 신선함이 만났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노련한 베테랑과 신선한 얼굴이 만났다. SBS스포츠는 지난해 이적한 김민아 아나운서와 이제 3년차가 된 새 얼굴 김세희 아나운서를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S’의 평일, 주말 MC로 앞세우며 야구팬들과 만나고 있다.

▶ 후배들의 롤모델 김민아=스스로에겐 ‘시험무대’였다고 한다.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김민아(33)는 지난해 MBC 스포츠플러스를 떠나 SBS스포츠로 몸을 옮겼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여배우들이 청춘스타로 활동하다가 여주인공의 친구, 엄마 역할로 돌아서야하는 시기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역할 변화에 대한 각오를 해야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죠.”

1년 전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작스러운 이직과 얽힌 이야기를 오랜만에 꺼내며 김민아는 이렇게 말했다.

‘야구여신’으로 불리며 몸 담았던 채널의 얼굴이 됐던 김민아는 매순간 치열했다. 스물다섯 살에 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해 스포츠 아나운서로 육성됐고, 4년 넘게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업계의 편견에 맞섰다. 스스로는 “늘 일등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스포츠팬의 사랑을 받았고 업계에선 최고의 베테랑 아나운서로의 자리에 올라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후배들은 주저없이 김민아를 ‘롤모델’로 꼽는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앞서 보여주고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선배”(윤태진 KBSN 아나운서), “이름만으로도 만감이 오가게 하는”(정인영 KBSN 아나운서), “후배들의 멘탈을 형성해주는”(김선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선배다. “이것 또한 지나간다”, “버티는 사람이 강한 것”이라며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민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채널을 아울러 경쟁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김민아가 가는 길은 후배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야구장을 누비며 선수들을 만나고, 노련하게 경기를 간파하고, 한 시간 방송을 애드리브로 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선배 김민아는 소위 ‘야구여신’이라는 수사를 붙은 여자 아나운서로는 유일하게 결혼 이후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송3사 매거진 프로그램 진행자 중 유일하게 서른을 넘겼다. “우리가 걸어가야할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를 놓아준”(김선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배지현 MBC스포츠플러스) 선배라며 후배들은 조용히 응원한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야구장의 꽃’으로 불리며 각자의 지위를 만들어온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의 유달리 짧은 수명 앞에서 김민아는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다. 새로운 얼굴을 요구하는 업계에서 “‘전문성’만이 ‘롱런의 비결’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달렸다. “누구도 아마추어를 원하지 않는 프로의 세계”라는 확신으로, “‘꽃들의 전쟁’에서 꽃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업계의 현실을 마주하는 김민아에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는 것은 무게였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힘든 것은 내 경쟁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도 야구선수와 같죠. 그 때엔 별 것도 아닌 모든 것들이 서운했어요. 서른을 넘기며 일년 뒤를 꿈꾸는 것도 힘든 나이가 됐고, 직업인으로서의 김민아가 아닌 후배를 육성하는 선배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만 같았죠. 시선이 따가웠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한 때였죠.”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일 년 사이 결혼과 갑작스러운 퇴사ㆍ이직으로 잡음은 적지 않았지만, 폭풍우처럼 휘몰아친 일 년을 보낸 뒤 김민아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졌다. 골프 전문 채널과 피겨 중계권을 가진 SBS스포츠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지만 매거진 프로그램 ‘베이스볼S’의 주중 진행자로 다시 야구팬들과 만나고 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듯” 전 직장을 떠나고, 새로운 환경을 만난 김민아는 이전과는 달리 ‘꽃’이어야 했던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나이듦에 대한 강박도 조금은 내려놨다.

“예전엔 꽃의 역할을 하는 아나운서의 예쁘고 섹시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면 지금은 사십대가 넘은 노련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리포터들이 등장하는 해외 채널을 많이 본다”며 “이젠 마음의 준비가 됐고, 인생의 시선이 달라졌다. 나의 선택을 하고 싶다”고 편안하게 말했다. 9년차 직장인이 되고,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험난하게 이어졌던 지난 시간을 보낸 김민아는 “본격적인 스토리는 올해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은 가치관의 문제였다면, 이젠 출산, 육아를 만나야 하는 현실적인 선택 앞에 놓여있다”고 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삶, 아내이자 엄마가 될 김민아의 삶은 새로운 시작을 앞뒀기에 스스로도 자신의 선택이 궁금하다. “주위에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하지만 환경이 달라졌는데 네가 오겠냐는 의문도 제기한다”고 말한다. 늘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가 주체가 돼 선택권을 가진다는 생각을 못했지만 이젠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네버엔딩 스토리’라고 말할 만큼 “쉽게 결론내일 수 없다”는 업계의 현실과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전문성을 갖춰 정보를 전달하고 경기를 분석해야 하는 ‘직업인’임에서 준연예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군인데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에 ‘대체제’가 많다는 인식은 그간 수많은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지각변동을 이끌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하나로는 일등인 적이 없었다”는 김민아는 현재 배움의 갈망으로 피겨 국제심판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자신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도 꿈꾼다.

“지금도 매일 저녁 스튜디오 의자에 앉으면 낭떠러지에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의 말실수로 저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 있죠. 매일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내일이라도 당장 끝나버릴 수 있다고요.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바람을 가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휩쓸려가는 방송계에서 반면교사가 되든 롤모델이 되든 저만의 흔적을 남기도 싶어요.”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오키나와의 수지’ 김세희=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김세희 아나운서의 주중 스케줄은 빽빽하다. 평일엔 현장에 나가 선수들을 만나며 경험을 쌓고, 주말엔 스튜디오로 돌아와 ‘베이스볼S’의 진행자 자리에 앉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꿈꿨던 아나운서로의 길을 걷고 있는 김세희는 “스포츠 아나운서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연차를 거듭할수록 개인의 성장을 느끼게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일년차엔 욕도 엄청 먹었어요. 전문성이 바탕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를 갈고 공부했죠.”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업계에 입문했던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그렇듯 쉽게 정복되지 않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타채널의 여자 아나운서들이 현장 경험을 쌓고,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그간 SBS스포츠는 바로 스튜디오 투입으로 이어졌다. 김세희의 경우 SBS스포츠에선 유일하게 현장경험을 쌓으며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 사례다.

“일년차 때엔 방송을 많이 못하는 것이 고민이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목표가 컸어요. 지금은 주말 진행을 맡아 목표를 달성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죠. 채워나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물 밑에서 갈고 닦아야 하죠.”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의 시계는 흔히들 ‘야구선수’와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끊임없는 훈련과정을 거치지만 오늘의 등판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감내하지만 김세희는 쉽게 잊고 담아두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힘들다는 생각보단 자부심과 재미”가 더 큰 요즘이다.

현재 각 채널에서 매거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중 가장 신선한 얼굴이지만, 현재 김세희는 나름의 팬층도 생겼다. 특히 지난 3월엔 일본 오키나와의 전지훈련을 취재하던 중 일본 언론 중경신문의 눈에 띄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이 매체는 “ 전지훈련 캠프지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여성을 발견했다.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인 미스에이의 수지와 닮았다”며 칭찬하면서 ‘그라운드의 수지’라는 애칭을 덧붙였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야구팬들 사이에서 ‘갓세희’라는 별칭도 얻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김세희는 “야구하면 김세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잇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했다.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요.제 경쟁력이요? 경기 이후 선수의 인터뷰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분위기를 밝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이 치열한 업계이지만, ‘여인천하’처럼 독한 경쟁을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기회가 주어졌으니, 저의 무기를 가지고 성장하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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