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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제일모직(第一毛織)’
[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이름은 정체성이다. 수시로 부르니, 곧 세뇌된다. 사람은 물론 회사에도 그렇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사명(社名)을 삼성물산으로 정했다. 가족(‘삼성’)의 정체성 계승 적임자로 1938년생 형(‘삼성물산’)이 16년 늦게 태어난 동생(‘제일모직’)보다 우위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창업 당시 ‘삼성(三星)’을 사명으로 택했다. ‘크고, 많고, 강한 것’을 상징하는 숫자 삼(三)에, ‘밝고, 높고, 영원히 빛나는’ 별 성(星)을 합쳤다.

뒤이어 낙점한 이름이 ‘제일(第一)’이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라. 흉내조차 내지 못하게 하라” 이병철 창업주가 평소 자주 했다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하든 최고여야 한다는 1등주의, 제일주의다. 제일제당, 제일모직, 제일기획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제일제당은 일찌감치 계열분리됐다. 이번에 제일모직도 간판을 내렸다. 삼성그룹 내 ‘제일’ 적통(嫡統)은 제일기획만 남았다.

그래도 ‘제일’은 창업주의 이념과 애정이 깃든 이름이다. 함부로 내칠 수 없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사명은 보존 존치하고, 나중에 브랜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애써 설명했다.

제일모직의 영문명칭은 ‘Cheil Industries Inc.’다. 형식적인 이름이다. 해외에서는 ‘Samsung Fashion’으로 더 통한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홈페이지 주소도 www.samsungfashion.com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60년 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 보존 존치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삼성패션’이라고 불렀을 때, 고객에게 꽃으로 다가온다면 그렇게 부르는 게 맞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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