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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사태후 혹시, 내가 먹는것도?…체질따른 정확한 진단에 채소 섭취·꾸준한 운동이‘최고 건강제’
#1. 직장여성 김모(37) 씨는 오늘도 아침에 밥을 먹는 대신 ‘20~30알 남짓의 알약’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김 씨가 밥 대신 먹는 알약은 각종 비타민, 유산균제, 오메가3, 글루코사민, 노화를 지연시킨다는 항산화제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김 씨는 이것도 모자라 틈날때마다 TV홈쇼핑 채널에서 나오는 건강식품들을 습관적으로 주문한다. 하지만 매년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서 김 씨의 건강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김 씨는 “내 스스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나도 모르게 항상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을 찾게된다”고 토로했다,

#2. 중견기업 간부인 정모(52) 부장은 얼마전 최근 홈쇼핑에서 유명의사 출신이 직접 설명하는 유산균제와 모 종편채널의 토크쇼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는 한의사가 설명하는 ‘머리가 잘 난다는 약’을 구입했다. 6개월이상 꾸준히 먹은 결과는 한마디로 ‘복용전과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그래도 방송에 많이 나온 의사라 신뢰감이 있어 구입을 했는데 솔직히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예전에는 지인들이나 입소문으로만 ‘어디어디에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구입을 했다면 요즘은 각종 홈쇼핑채널을 통해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이 홍수처럼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님 생신, 은사 선물 등 선물용으로 건기식을 많이 찾았고 비교적 중장년층만 즐겼다면, 최근에는 20~30대의 젊은 층에서도 건기식은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건기식 시장의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4년 식품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건기식의 시장규모는 2009년 1조1600억원 대비 54.5% 급증한 1조792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식품군들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 규모는 이보다 2배 웃돌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백수오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만큼 그림자도 존재한다. 건기식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건수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건기식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는 2009년 404건, 2010년 451건, 2011년 772건 등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의 주범은 각종 방송매체다. ‘가짜 백수오’의 경우도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각종 방송 채널 등을 통해 불티나게 팔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논란의 중심에 선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백수오 매출 1240억원 중 75.8%(940억원)가 롯데ㆍ현대ㆍGSㆍNS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을 통해 판매됐다.

이른바 ‘쇼닥터’들의 마케팅 꼼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들은 ‘10년간 복용하는 혈관약을 끊을 수 있다’, ‘유산균을 먹고 불임 여성 임신 성공했다’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방송에 언급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각종 건기식과 영양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비타민이다. 평소 편식이 없고 식이섭취가 충분한 사람이라면 사실 종합비타민제를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최근 하버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만 65살 이상 노인 60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2년 동안 한 그룹에는 종합 비타민을, 다른 그룹은 가짜 약을 먹인 뒤 기억력을 비교했더니 차이가 없었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도 5년 동안 종합비타민과 가짜 약을 먹인 두 그룹을 비교했더니 심장마비, 흉통, 뇌졸중 발병확률에 차이가 없었다고 밝히기도했다. 연구진은 채소와 과일을 많이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종합비타민 효능보다 낫다고 밝힌바있다.

노화를 막아준다주는 항산화제도 알려진 효능처럼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비타민E(토코페롤)’는 하루 요구량이 10단위인데, 시중에서는 400단위 또는 그 이상의 제품이 판매된다.

여러 연구에서도 고농축 항산화제는 사망률 증가, 심혈관계 질환 증가, 전립선암 등 일부 암 발생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EPA, DHA등)은 심혈관, 뇌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 무관절염에 좋다고 알려진 글루코사민은 관절염의 진행을 더디게 하거나 연골 재생을 일부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무릎 관절염 이외의 목적(손가락 관절염, 허리 통증, 골다공증 등)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셀레니움은 전립선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선호되지만 실제로는 전립선암의 예방등 전립선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장기 복용시 오히려 당뇨병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복용에 유의해야한다.

전립선 비대증에 좋다는 소팔메토는 대규모 연구에서 기대했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있다. 단,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3개월 정도 복용해 보는 것은 무난하다. 루테인은 황반변성 환자에게 진행을 일부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황반변성이 없는 일반인들이 복용을 할 경우 시력보호 효과나 황반변성 예방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히려 흡연자가 루테인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폐암의 발생이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다.

결국 만능은 없으며, 체질 또는 증상에 따라 자신에 맞는 건기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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