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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15] 부디 나의 잘못을 말하라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성군(聖君)이 되기 위해서는 임금 자신의 잘못, 벼슬아치의 잘못, 민생의 고통에 대해 귀를 활짝 열고 들어야 한다는 것을 조선의 임금들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1781년(정조 5) 10월 19일, 겨울에 천둥이 쳤다. 정조는 이를 두고 언로(言路)가 막혀 하늘이 경계를 보인 것이라고 보고 윤음을 내려 널리 의견을 구한다.


왕은 이르노라.

나라의 흥망은 오로지 언로가 열렸느냐 막혔느냐에 달려 있으니 언로가 막히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중략) 그러나 나의 군신 백관(群臣百官)들은 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그저 머뭇거리고만 있어 충성스러운 직언을 듣지 못하였다. 언로가 막힌 것이 어찌 근래 같은 경우가 있겠는가.

아, 한 사람의 총명으로는 두루 살필 수가 없고 온갖 일의 잘잘못은 단서가 많으니, 어찌 여러 사람의 말을 절충하지 않고서 옳은 방도를 찾을 수 있겠는가. (중략) 무엇을 꺼려서 주문(奏文)이나 소장(疏章)을 올리지 않는단 말인가. 먼 지방의 벼슬하지 않는 선비나 여염과 저잣거리의 무리라 할지라도 얼마간의 지식과 조그마한 재주가 있으면서도 조정에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모두 관청에 나아가서 품은 의견을 다 진달하라. 말이 쓸 만하면 쓰고 쓸 만하지 않으면 안 쓰면 그만이다. 혹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 있다 해도 그대들을 죄주지 않을 것이니, 부디 각자 할 말을 다하여 내 지극한 뜻을 저버리지 말라.

같은 해 10월 28일에 내린 비망기에는 병조 참의 윤면동이 올린 상소를 보았다는 내용과 그에게 사슴 가죽 1장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아울러 승정원에서는 의견을 구한 데 응하여 올린 모든 소장을 격식에 어긋난다 해도 일절 막지 말고 들이라고 분부한다. 듣기 싫은 말이 약이 된다는 것을 안 왕은 듣기 싫은 말을 올리는 신하에게 상을 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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