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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부부의날] 아이 두번 죽이는 이혼 후 ‘양육비 전쟁’
10명중 8명은 양육비 못받아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이모(25) 씨는 작년 7월 말다툼 끝에 별거 중이던 아내를 돌로 수십차례 때려 살해했다.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했던 이씨는 지난 3월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참극으로 끝난 이들 부부의 말다툼 이유는 다름 아닌 자녀 양육비 때문이었다.

지난 3월 제주에서는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내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양육비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가 남편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한 뒤 흉기로 찌른 혐의다.

사진=123RF

우리나라의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조이혼율)는 2.3건이다. 34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며, 아시아 회원국 가운데선 가장 높다.

우리나라 부부들이 적잖은 갈등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을 해도 ‘전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아이가 있는 부부의 대다수는 자녀 양육비 문제로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폭력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에 따르면 올 3월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약 두 달 간 ‘자녀 양육비를 대신 받아달라’고 이행원의 문을 두드린 건수가 무려 1만건이 넘었다.

전화 상담만 벌써 9023건이었고 방문 상담자와 인터넷 상담건도 각각 551명, 737건이었다.

신청만 한 채 상담받지 못한 인원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다.

아이가 있는 부부의 대다수는 이혼후 자녀 양육비 문제로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한다.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사진]

실제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부모 가정의 약 83%가 이혼 후 단 한차례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아도, 실제로 이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22.6%에 불과했다.

2007년 이혼 후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A(40ㆍ여) 씨도 2011년 소송을 제기해 매월 총 80만원의 양육비 심판을 받았지만, 실제론 남편에게서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최근에야 이행원을 통해 전 남편으로부터 50만원의 양육비를 받았다.

양육비 미지급 사유는 이혼 사유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기혼자 604명 상대로 이혼 사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제적 이유가 2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배우자의 외도(24%), 성격차이(22%)가 이었다. 

이행원 관계자도 “협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서 얘기를 듣다보면 금전적 어려움으로 ‘양육비를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혼한 배우자에 대한 ‘불신’도 양육비 지급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다. 
사진=123RF

양육비를 줘도 온전히 아이를 위에 쓰리란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B(51) 씨는 “전처가 아이를 만나려고만 하면 아이를 빼돌리는 등 만남을 방해해왔다”며 “양육비를 내도 아이에게 쓸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상처 받는 것은 자녀들이다. 아빠 혹은 엄마에게 외면받고 버림받았다는 아픔에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부부가 대립각을 세우며 자녀에게까지 ‘네 엄마(아빠)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때마다 아이가 ‘엄마(아빠)의 반쪽인 나도 그럼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자존감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선희 양육비이행원장은 “양육비는 단순히 생활비 수준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라면서, “상대에 대한 원망은 잠시 접어놓고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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