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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런 억만장자, 브라질 최고부자 ‘레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억만장자를 꼽으라면 브라질 투자은행 가란치아의 호르헤 파울로 레만(75)을 꼽을 수 있다.

225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부자 순위 26위에 올라있는 브라질 최고의 부자다.

1971년 마르셀 에르만 텔레스, 카를로스 알베르투 시쿠피라 등과 함께 가란치아라는 작은 증권 브로커 회사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이들이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세계 3위 맥주기업인 미국의 상징인 앤호이저 부시, 그리고 80개국에 진출한 버거킹과 하인즈를 인수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브라질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으로 불리는 앤호이저-부시 인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3G캐피탈’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세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브라질 삼총사‘는 최근 또 다른 식품업체인 크래프트를 인수해 하인즈와 합병을 성사시키며 2015년 세계 금융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방이었던 브라질에서 첫걸음을 뗀 이들이 어떻게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이들과 20년 이상 교류해온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그들의 성공 시크릿을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와 위대한 기업에 대한 영속적인 꿈을 꼽는다.

브라질 중산층 출신인 파울로 레만은 다섯 번이나 브라질 테니스 챔피언을 차지했을 정도로 테니스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지만 이는 비즈니스에서 더 빛을 발했다. 

(왼쪽부터) 카를로스 알베르투 시쿠피라, 호르헤 파울로 레만, 마르셀 에르만 텔레스 가란치아 공동창립자  확대

1971년 가란치아 모형의 토대가 된 것은 금융시장의 골드만삭스와 소매시장의 월마트였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레만의 롤 모델이었다. 검약을 권장하고 회사의 성공을 개인의 사치보다 우선시하며 내부 경쟁을 격려하는 문화는 가란치아에 그대로 이식됐다. 능력주의와 효율성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최고의 인재들에게 기업의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가란치아 경영모델 역시 골드만삭스의 파트너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레만은 이 모형을 바탕으로 회사 직원이었던 마르셀 텔레스와 시쿠피라를 파트너로 선택해 3인조를 결성했다.

레만은 위대한 경영자들이 그렇듯 무엇보다 사람에게 투자했다. 레만은 경쟁사로부터 인재를 스카우트하기보다 성공에 굶주린 가난한 브라질 청년들을 뽑는데 눈을 밝혔다. 레만은 이들을 PSD(Poor, Smart, Desire), 즉 ‘부자가 되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지닌 가난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불렀다. 이 브라질 삼총사는 인재들이 원대한 꿈을 성취하고 순수한 기쁨과 환희를 경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집착하다시피했다.

이 브라질 삼총사는 우선 1982년 로자스 아메리카나스 소매 체인을 매입하면서 실물 경제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배운 고객과 직원관리의 요령, 유통망과 공급업체 장악 노하우는 로자스 아메리카나스에 그대로 적용됐다. 1989년 이들은 주요 양조 회사인 브라마를 목표로 삼았다. 브라마를 매입한 레만과 그의 팀은 직원들에게 부를 쌓을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검약 생활을 강조하며 자동차나 비서 같은 관리자들의 특권을 폐지했다.

90년대 중반 사업이 번창할 때 레만은 제로 베이스 예산으로 불리는 과격한 비용 절감책을 시행할 정도로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걸 경영의 한 축으로 삼았다.

1998년 레만과 시쿠피라, 텔레스는 가란치아를 크레디스위스에 매각하고 3G캐피털을 설립, 본격적인 기업인수합병에 나선다. 이들은 브라질 맥주회사 암베브를 인수하고 2004년 벨기에 맥주회사 인터루브를 합병, 세계 제 2위의 맥주 제조업체 인베브를 탄생시켰다. 이들의 인수합병은 2008년 미국 앤호이저 부시를 인수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를 탄생시켰다. 버드와이저 등 200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 AB인베브에서 레만의 부의 상당 부분이 나오고 있다.

코카콜라 인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레만의 거침없는 행보와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다. 레만, 텔레스, 시쿠피라 셋이 금융분야에서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건 사실이지만 성공을 거둔 주 요인은 아니다. 이들의 1차 투자대상은 사람이었다. 적절한 인재를 찾아 그들에게 투자하고 도전을 제시한 뒤, 그들을 중심으로 기반을 쌓고 그들이 원대한 꿈을 성취하며 함께 성장하는 일이었다. 레만과 텔레스, 시쿠피라가 40년 동안 줄곧 함께 해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경영철학을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훌륭한 인재를 확보한 뒤에는 그들에게 수행할 중대한 과제를 제시하는 게 레만의 원칙이었다. 레만은 이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오랫동안 기업 동력을 유지했다. 보상문화는 당연한 귀결. 원대한 꿈에는 보상이 따르는 일괄적인 문화를 조성해 사람들에게 이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했다. 1971년 가란치아 은행 설립 이후 이 세 파트너의 다양한 기업에서 일했던 200~300명의 직원의 수입이 미화 1000만 달러가 넘는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레만의 파트너 텔레스와 시쿠피라 역시 억만장자로 100~150권 부자 반열에 올라있다.

레만의 성공 시크릿은 좀 독특하다. 특히 돈보다는 위대한 것을 창조하는 일, 즉 기업을 설립하는데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레만은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시기에 돈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돈을 관리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을 때 우리는 회사를 설립하는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면 결국 부를 창출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테니까요.”

이들은 오로지 일과 부의 작동원리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겉치장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옷차림은 수수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집무실은 소박하며 다른 직원들과 거리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그들은 점점 늘어나는 부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대신 소박한 생활을 유지했다. 대중에 드러나는 것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언론과의 접촉도 거의 없다. 이들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이들의 목표는 한가지. 위대하고 영속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일을 실천한다는 목표다. 브라질 삼총사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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