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사? 그냥 살자”…눌러사는 가구 늘어난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주부 정모(50) 씨는 2011년부터 4년째 광진구 구의동 현대2단지(84㎡)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처음엔 자녀가 고등학교를 마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 전셋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올 1월 집주인과 두번째 재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을 주변 시세(3억8000만~4억원)까지 올리는 대신에 보증금 1억에 월세 90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사를 접어두고 지금 사는 곳에 머물려는 서울시민이 늘고 있다. 18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4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른 결과다. 서울서베이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시민의식, 주요 생활상 등 217개 지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담겨 있다. 15세 이상 4만549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5년 내에 이사를 계획하는 가구’는 24.2%로 나타났다. 이런 응답은 지난 2007년 41.5%를 기록한 뒤 ▷2009년 35.0% ▷2011년 28.4% ▷2013년 26.4%로 줄곧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현재 사는 곳에서 계속 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사를 계획하는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강남구, 송파구, 광진구, 양천구 등이다. 강남구의 경우 2009년 50.7%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24.9%로 반토막났고 양천구도 35.7%에서 8.9%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광진구(41.2%→22.4%)와 송파구(33.0%→24.9%)도 떨어졌다.

이사 심리가 떨어진 가장 주요한 원인은 ‘전세난’이 꼽힌다. 송파구 신천동 학사공인 심용진 대표는 “2~3년 전에 20~40%에 불과하던 전세 재계약 비율이 올 들어 60~70%로 늘었다”며 “아파트 전세 찾기가 힘드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재계약하고 계속 사는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알아서 재계약하는 경우를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전세가 재계약을 거치며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뀌는 추세는 심화되고 있다. 저금리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강남구의 전세 거래량은 2011년 4356건(1분기)에서 올해 3600건으로 17%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량은 971건에서 1985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마땅한 전세 매물을 다른 곳에서 찾기도 힘든 상황이 영향을 줬다”며 “이사비용과 중개보수까지 고려하면 지금 집을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에는 단순히 전세난 같은 주택시장의 요인 외에도 더 큰 틀에서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회ㆍ경제적으로 봐도 창업률과 취업률이 떨어지는 등 전체적인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면 이동 심리가 줄어든다”며 “주거비가 부담스러운 젊은이들이 부모와 같이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등 가구분화가 어려워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