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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독일 門’전도사…김현민 호르만코리아 대표]“한국의 문, 아직 안전보단 외양 중시”
튼튼한 방화문-내진설계 강조할 것
獨교포 2세…딸 얻으며 새 한국인생


“한국에서 견본주택에 가보면 벽지는 어디서 만들었고 디자인도 신경 썼다는 내용을 주로 홍보합니다. 정작 안전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안 해요. 앞으로는 얼마나 튼튼한 방화문을 썼고 내진설계가 됐는가를 강조하게 될 겁니다. 국민들에게도 좋고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거죠.”

김현민(41) 호르만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 2013년 11월 설립된 독일기업 ‘호르만’의 한국지사를 이끌고 있다. 호르만은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門)’전문기업이다. 한 가문이 4대째 경영을 이어오면서 차고문, 현관문, 산업용 도어를 만들어왔다. 직원 7000명에 연매출 3조원을 올린다. 김 대표는 문에 정통한 독일기업이 한국으로 보낸 ‘문 전도사’다.

그는 파독(派獨) 간호사였던 어머니와 유럽에서 공부하던 아버지 사이에서 73년 슈투트가르트 인근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대학 공부를 마칠 때까지 30년까지 줄곧 독일에서 자라고 공부했다. 호르만에 옮겨오기 전 회사 소속으로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2007년부터 6년간 아시아 담당으로 일했다. 한국에 세금을 내기 시작한 건 2년쯤 됐다.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가 어릴적부터 한국어 교육에 유별나셨어요. 학교에선 독일어로 떠들다가도 집에선 무조건 한국말 써야 했죠. 어릴적엔 이해 못했어요. 이후 잠깐씩 한국을 다녀가고 문화를 접하면서 내가 한국사람이란 생각을 하게됐죠.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하게될지도 몰랐어요. 지금은 아버지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방재ㆍ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호르만이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화문’을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아직 어려움은 많다. 대기업 계열사들과 경쟁해야하는 게 만만치 않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하는 점이 주로 디자인과 소재이기 때문이다. 거래할 때 납기와 단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도 ‘안전주의ㆍ실용주의’에 익숙한 독일 업체로서는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김 대표는 “한국 건설사들은 아파트 현관문에 쓰는 자사 디자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외양을 중시해요. 우리는 튼튼하고 실용적인 문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렇다고 ‘독일식을 따르라’고 말 못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맞춰가야죠”라고 말했다.

호르만코리아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산업용 문 분야서만 겨우 3% 남짓이다. 주택시장에선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갈 길이 멀지만, 성공을 향한 구상은 이미 나와있다. “일단 우리제품을 쓰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야죠. 영업망 확대도 필요해요. 최종적으로 공장을 세워서 호르만 제품을 한국에서 직접 만들겁니다.”

그는 지난해 말 첫 아이를 얻었다. 결혼 14년 만에 얻은 첫 아이다. 독일에서 출발한 그의 인생도 한국에서 새로운 막을 열었다. “이제는 독일을 제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 때문이라도 부모님의 나라에서 모든 걸 올인할 생각입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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