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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전 밀린 한국…日과 문화로 붙었다
밀라노엑스포 한국 밀리고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日 압도
日, 한국인징용지 세계유산 등재
한국 뒷북대처 日 논리에 밀려


‘머리 싸움’(외교전쟁)에서 ‘가슴 싸움’(문화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관계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한ㆍ일 양 국의 경쟁이 문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외교전 와중에 글로벌 이벤트 ‘엑스포(밀라노)’와 ‘비엔날레(베니스)’가 동시개막하면서 문화 쪽 경쟁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문화재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권고가 겹치면서 불에 기름이 부어졌다.

엑스포와 비엔날레에서의 경쟁이 자존심을 건 선의의 싸움이라면, 문화유산 등재 갈등은 감정 섞인 큰 싸움이다.

(왼쪽부터) 밀라노 한국관, 밀라노 일본관

▶‘고대 vs. 근대’(얼 대결)=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는 한국이 허둥대는 모습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4일 일본의 근대화 산업시설 유산 23곳을 한국의 백제역사유적지구와 함께 등록 권고했다. 일본은 일찍이 2006년부터 전문가 그룹을 결성해 이 작업을 본격화했다. 2009년 일본 정부가 이 시설들을 ‘잠정 목록’에 올렸는데도 우리 정부는 2012년에야 파악하고 허둥댔다. 일본은 강제징용시설로 문제가 되고 있는 7곳을 1850년대 이후 1910년대까지로 한정함으로써 태평양전쟁 중 강제징용과 무관함을 내세우는 교묘한 논리를 펴고 있다.

등재는 오는 6월28일부터 7월8일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 표결로 결정된다. 사실상 요식행위다. 아베 일본 총리는 등재 결정권을 가진 관계국에 친서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피해국들과의 연대를 통한 지정 반대운동,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오는 22일 양국 정부 회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성과는 물음표다.

▶‘김치 vs 스시’(맛 대결)=밀라노엑스포에서의 음식전쟁에서는 한국이 밀리고 있다. 경쟁은 6개월(5.1~10.31) 간 계속된다. 전체 145개 참가국 가운데 일본관은 6번째, 한국관은 9번째로 규모가 크다.

한국관은 “한국 발효 음식이 미래 먹거리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장독 뚜껑 위에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의 사진을 전시했다. 삼계탕과 잡채 사진을 붙여 놓은 1층 로비의 삼각형 기둥은 초라하다. 관람객들에게 제공되는 한국음식 정보가너무 빈약하다는 평이다.

반면 식재료들의 ‘조화로운 다양성’을 주제로 삼은 일본관은 자료와 정보가 넘친다. 생선, 주먹밥, 라면 등 일본의 대표 음식 모형을 벽에 전시했다. LED기둥(‘다양성 폭포’)도 발길을 잡는다. 흘러내리는 1000여개의 음식 사진을 스마트폰에 대면 설명이 나온다.

양국은 전시관 내 레스토랑에서 직접 음식을 판매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진검승부를 벌인다.

▶‘이성 vs. 감성’(멋 대결)=베니스비엔날레도 장기전(5.9~11.22)이다. 여기에선 한국이 앞서 나가고 있다.

국가관 전시에서 한국은 ‘축지법과 비행술’(문경원, 전준호)이라는 영상설치작품을, 일본은 ‘손에 쥔 열쇠’(치하루 시오타)라는 대형 설치작품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관은 머리로 이해하는 전시, 일본관은 가슴으로 느끼는 전시”라고 평가했다.

개막 당일 흥행은 한국관이 앞섰다. 장 드 르와지 팔레 드 도쿄 관장은 “최고의 국가관 (Top pavillion)”라며 엄지를 추켜 세웠다. 개막식 후 이어진 VIP 만찬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 니콜라스 세로타 테이트모던 미술관 관장 등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국제전(본전시)에서는 한국이 압도했다. 임흥순(46)이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은사자상’을 받으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윤미ㆍ김아미ㆍ신수정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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