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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김완희]문화·예술분야 기능조정 방안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공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며, 그 업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설립되어 운영되기도 한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는 다윈의 ‘적자생존’ 현상이 잘 관찰되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진 조직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도 혹은 존재 근거가 약해져도 도태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 생존을 위한 자금을 스스로의 책임 하에 마련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부마다 공공기관 개혁이 필수적인 국정과제가 되고 있다. 물론 지난 2년 동안에도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를 목표로 ‘공공기관 정상화’가 추진되었다. 이제는 한 발 나아가 공공기관의 경쟁력과 생산성 제고를 들여다 볼 때다.

정부는 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하여 기능점검 및 조정을 추진 중이다. 잘 하고 있는 것은 지원을 확대하되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과감한 정리 및 재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유사 중복분야, 사업추진 성과가 지극히 부진한 분야, 본업과 거리가 먼 비핵심분야 등이 기능조정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문제는 공공부문에서 이러한 분야를 골라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SOC와 농림·수산분야는 산업을 근거로 하지만, 문화·예술분야는 창작, 향유, 산업 등 복합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공연예술 등은 무형성, 일시성이 있어서 비교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술가 개개인의 독창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할 분야에서 유사·중복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문화융성’이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있고 GDP의 2% 수준까지 해당 분야 지출을 늘리고자 하는 계획과 기능조정은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상의 우려는 대부분 문화·예술분야 전체 혹은 창작자에 대한 것이지 해당분야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것이 아니다.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아니 앞으로 더 확대될 상황에서 지원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기능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유의하여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원조직의 규모 및 업무 범위의 확대가 문화·예술분야의 독창성 및 다양성과 배치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장르 마다 자생적인 조직이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다 보니 소규모 인원으로 소액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둘째, 문화·예술분야의 독창성 및 다양성과 분절성 및 고립성은 구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공공지원기능도 융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장르별로 독자적인 조직을 갖추고 안정적인 지원을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융복합을 저해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끝으로, 정부는 기능조정과정에서 현실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낭비 예산 절감, 과잉조직 감축 등 문제점 해소에 앞서서 ‘문화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창조적인 문화·예술 생태계의 구축과 이에 걸맞은 공공기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청사진 제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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