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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 일상 속 ‘낯섦’을 포착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깜깜한 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나무에 비쳐진다. 그 순간 나무는 그동안 나무라고 인식돼 왔던 이름 이전의 어떤 존재가 된다.

이만나(44) 작가는 나무를 그린 밤 풍경을 두고 “풍경 이전에 생경하게 바라 보이는 어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상 속 흔한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을 낚아채 화폭으로 옮겼다. 
이만나, 눈 성, 393x162㎝, 캔버스에 유채, 2013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또 다시 회화다. 미술계가 호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단색화를 필두로 미술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호황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비공식 개인거래와 공식적인 경매거래 두 부분에서 사상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모두 회화작품이다.

이 작가 역시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에만 해도 영상이나 설치가 대부분이었다. 젊은 사람이 회화를 하면 고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회화가 핍박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회화, 그것도 풍경을 그리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미술계가 호황일수록 실험적인 것 보다는 걸어놓기 좋은, 판매가 잘 되는 회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만나 작가.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이만나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독일 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학교에서 유학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독일 표현주의 화파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작가 역시 “표현주의를 좋아해 거기에 물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유학을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표현주의 작가들처럼 붓질이 거칠거나 직설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섬세하고 절제돼 있다. 그는 “물감을 시원하게 바르는 게 아니어서 유럽사람들도 내 그림을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성격을 물었더니 “쫀쫀하죠. 대충 못 넘어가기도 하고”라며 멋쩍게 웃는다. 
김현정, 숨소리를 따라서(Following the breath), 90.5x116.3㎝, 캔버스에 유채, 2014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이호인, 진달래꽃, 32x40.9㎝, 캔버스에 유채, 2015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이현호, 옆차도, 130x162㎝, 한지에 채색, 2014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시장의 출렁임과는 무관하게, 묵묵히 회화 한 길을 걸어가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일상의 사계절 풍경을 진득하게 담아내는 작가들이다. 이만나를 포함, 김현정(33), 이현호(30), 이호인(35) 4인의 작가가 ‘일상그리기 4인4색’이라는 타이틀로 이화익갤러리(종로구 송현동)에서 그룹 전시를 열었다.

전시를 기획한 김동현 큐레이터는 “그동안 한국 미술계가 흥행성 작품에 치중하며 근본적인 것을 등한시해 왔지만 결국 핵심은 회화다”라면서 “이번 전시에는 미술계 흐름과 상관없이 기본이 되는 것, 집 앞의 풍경같은 익숙한 일상을 그리며 자기만의 길을 걷는 작가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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