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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종묘사직을 위한 결단…장희빈 자진을 명한 숙종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 읽는 승정원 일기<13>
1701년(숙종 27) 10월 8일, 장희빈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낀 숙종이 장희빈에게 자진할 것을 명하는 비망기를 내렸다. 비망기는 승지가 입시하지 않았을 때 임금이 지시하거나 명령할 일이 있으면, 사알(司謁)을 시켜 승정원에 보내 반포하도록 한 문서를 가리킨다.

희빈 장씨는 내전(內殿)을 질투하고 원망하여 몰래 해치려고 궁궐의 안팎에 신당(神堂)을 설치하고 밤낮으로 빌었으며, 창경궁의 통명전과 창덕궁의 대조전에다 흉악하고 더러운 물건을 낭자하게 묻어 놓았다. 그 정상이 다 드러나 신인(神人)이 함께 분개하는 바이다. (중략) 내가 지금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종묘사직과 세자를 위해 부득이해서 하는 일이지, 어찌 좋아서 하는 일이겠는가. 전에 내린 비망기의 명령대로 장씨가 자진하게 하라.

그런데 숙종은 12년 전왕비 민씨를 폐서인(廢庶人)할 때에도 비망기를 내린 적이 있었다.

아! 예로부터 후비가 투기로 인하여 원망하고 분노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그것만도 아니다. 투기하는 것 외에 별도로 간특한 계획을 꾸며, 스스로 선왕(先王)과 선후(先后)의 하교를 지어내어서 공공연히 나에게 큰소리로 “숙원(淑媛)은 전생에 짐승의 몸이었는데, 주상께서 쏘아 죽이셨으므로 묵은 원한을 갚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중략) 또 팔자에 원래 아들이 없으니, 주상께서 애쓰셔도 공이 없을 것이며, 내전에는 자손이 많아 앞으로 선묘(宣廟) 때와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떠들었다. 이는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일이다.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서인할 때나 장희빈에게 자진할 것을 명할 때나 모두 비망기를 내렸다. 종묘사직을 위한 결단이니 따르라는 내용도 모두 같았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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