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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한석희]‘OOO를 부탁해’…혼돈 시대를 살아가는 법
며칠전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 녀석이 대뜸 “아빠, 어른들 (TV)프로엔 왜 다 ‘부탁해’가 들어가요” 하고 묻는다. 미처 생각지 않고 지나갔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막내 녀석 말마따나 ‘OOO를 부탁해’ ‘OOO를 부탁해’ 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쩍 많아졌다. 왜?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힘에 부치는 일들이 많아서… 등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OOO를 부탁해’에 담긴 사회적 함의는 차지하고라도 ‘부탁해’는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곧잘 통용되는 단어기도 하다. 한국은행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장에선 계속해서 ‘금리를 부탁해’ 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도 시장은 계속해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시선을 돌려 최근 몇주간의 금융시장을 보자. 저점 행진을 거듭하던 채권금리가 갑작스레 뛰어 올라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을 아연실색케 한 일이 있었다. 호주가 기준금리를 내렸는 데도 정작 글로벌 채권금리는 되려 오르기까지 했으니 정상적인 시각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법하다. 이를 두고 해석도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안심전환대출 MBS의 채권시장 교란’으로 이유를 돌리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거창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채권금리가 널뛰기 하는 것 처럼 ‘기준금리 인하 좀 부탁해’의 농도차도 함께 널뛰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금리가 급등할 때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엷어졌다는 말이 확신범처럼 나왔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여 사이 채권금리가 안정을 되찾고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를 며칠 앞두지 않고선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은 다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최근 일련의 과정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겐 혼돈이다. 최근 금융시장을 정의하는 단어를 하나 꼽을라치면 단연 ‘혼돈’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증권사 리포트를 보더라도, 각 금융기관들의 연구보고서를 보더라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역시 ‘혼돈’이다. 지금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이 처한 시대를 ‘혼돈의 시대’로 정의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도 정작 시장엔 돈이 보이지 않는 시대. 돈을 예금하는데 이자는 커녕 오히려 현금 보관료를 내야하는 금리 마이너스 시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채권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역설의 시대. 물가상승률은 ‘0’라고 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상한 시대. 이게 현재 금융시장의 모습이다.

시장이 끊임없이 ‘부탁해’라는 메시지를 흘려 보내는 것도 결국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름의 처세법인 셈이다. 여기엔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이 있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을 믿지 못하다 보니 시장은 나름 ‘부탁해’라는 메시지로 한은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탁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금융시장은 결코 정상적이지 못한 시장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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