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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프런티어]꼴찌 국내 치킨체인점의 반란
<38>본촌치킨
<38>본촌치킨

국내매장 1개, 해외매장 143개…
핵심 경쟁력은 맛·현지화 전략
깐깐한 품질관리로 입소문 유명
경영기법, 美대학원 교재 소개도
“올 10년째…연내 200호점 달성”


지난해 워싱턴포스트(WP)지는 ‘워싱턴에 살면서 꼭 가봐야 할 음식점 40곳’에 한식당 2곳을 선정하며 그 중 하나로 ‘본촌치킨’을 꼽았다. WP는 본촌의 인기 요인이 매콤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진 바삭한 튀김이라며, “한 여성이 ‘막내를 임신했을 때 앉은 자리에서 본촌치킨 몇 박스를 먹었다’고 할 정도”라고 현지의 반응을 전했다.

BBQ, 교촌 등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한국에서 본촌은 소비자들에게 꽤나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매장이라고는 2013년 부산 해운대에 낸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에서 시작해 한 때 국내에서도 25개까지 가맹점 수를 늘린 바 있었지만,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을 그만두면서 정식 매장은 모두 사라졌다. 

현재 국내에는 해운대점 외에도 본촌의 이름을 달고 있는 매장이 10여개 있는데, 이는 과거에 본촌과 연을 맺어 소스와 부자재를 공급받고 있는 매장들일 뿐 정식 가맹점은 아니다.

국내 치킨 체인점으로는 꼴찌인 셈이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본촌의 해외 매장은 122개로, 국내 치킨업체 중에서는 BBQ에 이어 두번째다. 현재는 143개까지 늘었다.

본촌 측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로 국내 외식업계의 경쟁이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본촌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치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미국 시장에 집중하느라 국내 가맹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도피라기보다는 도전에 가까운 것이었다. 본촌은 2006년 현지인을 곧장 겨냥해 미국 뉴욕주 플러싱에 첫 직영점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해외 진출할 때, 상대적으로 수요가 보장되는 현지 한인 시장을 공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였다.

본촌 관계자는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라며 “한인 타운에서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소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현지 시장 공략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촌은 꼼꼼한 사전 준비를 통해 현지인 공략의 위험 요소를 줄여나갔다. 특히 맛은 본촌의 핵심 경쟁력이다. 서 대표는 치킨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수년에 걸친 연구개발을 통해 치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스를 개발해 둔 상태였다. 본촌의 상징이 된 달콤 짭짤한 맛의 ‘소이 갈릭 소스’와 매콤한 맛의 ‘핫 소스’로, 이를 바삭한 치킨 껍질에 입히면 특유의 식감을 자랑하는 본촌치킨이 된다.

개발한 메뉴를 일관된 맛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서 대표는 국내 사업 시절부터 매장을 일일이 돌며 메뉴를 점검했던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해외에 나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영어도 서투른 상태로 맨해튼 구석구석을 누비며 품질 관리에 나선 결과 본촌은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지 소비자에 대한 시장조사에도 적극적이었다. 본촌은 요리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손을 잡고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치킨과 궁합이 맞는 음식을 찾아냈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사이드메뉴도 개발했다. 덕분에 치킨 외에도 미국은 떡볶이, 인도네시아는 컵비빔밥, 필리핀은 잡채가 인기가 좋다. 본촌 매장의 평일 점심 시간대가 굉장히 붐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매장 관리도 철저했다. 서 대표는 가맹점주의 허락을 받고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까지 일일이 열어보며 점검했다. 관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가맹점주에게 “같이 망하고 싶으냐”고 꾸짖고 수백마리의 닭을 내다 버리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본촌은 2007년 버지니아, 뉴저지,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지역에 매장을 7개까지 늘린 이후, 매장운영, 직원서비스교육 등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본촌프랜차이즈 유한회사(BonChon Franchise LLC)를 등록했다.

서 대표의 이같은 경영기법은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교재에도 사례로 소개될 정도가 됐다.

본촌은 올해로 해외 진출 10년째를 맞는다. 미국에서 해외사업의 첫발을 뗐지만 점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본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캄보디아와 바레인에 이미 매장을 낸 상태이고, 향후 미얀마,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올해 내로 200호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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