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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메기’ 천정배
투표율이 30% 남짓한 국회의원 재ㆍ보선은 보수 여당이 절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ㆍ보선에서 50~60대 투표율은 20~30대 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노년층이 여당을 지지하고 젊은 층이 야당을 지지하는 ‘세대 투표’ 성향이 고착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두둑한 밑천을 챙겨서 게임에 들어간 셈이다. 그나마 야당 승리가 유력하던 곳은 적전 분열로 ‘집토끼’ 마저 흩어지면서 웬만해서는 이길 수 없는 판이 됐다. 그럼에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잘못한 것 이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천정배 때문일 것이다. 오죽 못났으면 당의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그것도 얼마전 까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했던 동지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하느냐는 문책이다.

‘목포 천재’ 천정배는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광주의 기적편에 등장한다. 200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부산출신 원외 정치인 노무현의 선거캠프는 작은 오두막이나 다름없었다. 한화갑, 이인제의 돈과 조직에 한참 밀린 상황이었으나 민주진영의 심장 광주에서 ‘깜짝 1위’에 오름으로써 대반전을 이룬다. 이 때 노무현 편에 선 사람이 천정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그지만 ‘리틀 DJ’ 한화갑이 아닌 노무현이라는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선거캠프내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천정배는 노무현정부에서 ‘천신정’(천정배ㆍ신기남ㆍ 정동영)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의 핵심으로 DJ당(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4선(경기 안산) 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고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진보적 성향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원조 친노’ 천정배가 친노 패권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당을 뛰쳐나가 노무현의 계승자인 문 대표를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당시에는 ‘호남에서 뭉치자’는 주장을 스스로 무덤파는 일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호남정치 복원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천정배의 ‘마이 웨이’에 쏟아지는 의문들이다.

3년만에 단 금배지에 고무된 탓일까. 처음에는 친노의 패거리정치에 ‘민심의 회초리’를 들기위해 나섰다더니, 내년 총선때 광주에서 제2의 천정배를 여럿 만들어 호남의 맹주가 되겠다고 한다. 야당의원을 빼오고 개혁적 무소속 출신들과 연대해 전국적 정치세력화을 도모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실력과 개혁성을 겸비한 뉴DJ들을 발굴하고 키워 현 대권주자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도 한다. 임기 1년 의원의 어깨에 점점 힘이 들어가면서 자꾸만 일이 커지고 있다. 종편이 그를 야권재편 태풍의 눈으로 띄워주니 없던 포부도 생겨나는 듯 하다.

천정배는 광주에서 야당 깃발 없이 당선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했다. 무력한 야권에 혁신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다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호남의 자민련’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제3의 길을 가고있는 정동영 처럼 미로에서 헤매며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되면 야권에 흙탕물을 튀긴 미꾸라지로 전락할 것이다. 누가 말려줄 사람이 필요하던 차에 DJ의 분신 이휘호 여사가 마침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DJ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는데 DJ이름이 정쟁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국민은 지금 야권분열을 바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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