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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정재욱]슬럼프 벗어나기
프로야구 선수들은 긴 페넌트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한번쯤 슬럼프에 빠진다. 누구도 시즌 내내 최고 기량을 유지할 수는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가 현재 지독한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그 최고 출루율을 자랑하던 그의 타율이 1할을 밑돌 정도다. 본인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정상 회복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국내 리그에서는 롯데 손아섭 선수가 슬럼프로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그의 타율은 2할5푼선으로 최악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못 쳐도 3할’ 소리를 듣는 그로선 참을 수 없는 기록이다.

슬럼프의 원인은 많지만 대개는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신수 선수도 타격 타이밍에 원인이 있다고 스스로 진단했고, 손아섭 선수 역시 그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슬럼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기간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좋은 타자와 그렇지 않은 타자와의 차이는 슬럼프 기간에 따라 구분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타격 연습만 열심히 한다고 슬럼프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과 대처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원인도 모른 채 죽도록 훈련만 하다가는 오히려 몸을 더 망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야구천재라는 스즈키 이치로 (鈴木一朗)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그해 곧바로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10년간 아메리칸 리그 외야수 골든 글로브를 단 한 차례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그런 이치로에게도 슬럼프는 온다. 그는 타격이 부진한 건 투수의 타이밍에 자신의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 상대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자신이 치는 동영상을 찾아 반복해서 봤다고 한다. 투수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지를 꼼꼼히 살펴보며 잃어버린 타이밍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부진을 털어내며 특급 메이저 리거로 살아남았다.

많은 기대속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슬럼프가 깊고 길어 보인다.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개혁과 경제살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지만 진도는 지지부진이다. 야구로 치면 3할 타자가 1할대에서 헤매는 형국이다.

문제는 슬럼프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첩 인사로 시작된 슬럼프는 세월호 수습 과정, 청와대 문건 파동을 거쳐 성완종 리스트에 이르도록 깊어만 질 뿐 원인 규명과 대응 전략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처방은 도무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인사는 여전히 제사람 찾기고, 세월호 대처는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문건 파동은 ‘찌라시’로 폄하되고, 대내외 환경이 엄중한 시기에 도망치듯 외유에 나섰다. 그러니 역전 홈런은 고사하고 매번 헛스윙이고, 병살타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타이밍 잡는 훈련을 제대로 하고 속히 슬럼프를 벗어나야 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읽고 그 결에 따라 물흐르듯 타격을 하면 된다. 리그는 겨우 중반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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