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벌과 대학의 만남> 행복한 동거? 잘못된 악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대학은 대대로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고 양식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학문공동체로 인식됐다. 기업은 효율을 그대화하고 이윤을 산출하는 것이 지상목표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두 조직의 동거 사례가 점점 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 가치 충돌로 큰 파열음을 빚는 곳이 있는 반면, 기업의 자본이 ‘상아탑’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윈윈’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과 기업 모두 지대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재벌과 대학간 ‘행복한 동거’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식 ‘상아탑’ 개조에 따른 논란이 가장 큰 곳은 중앙대다.

대학가 전경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사진]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2008년 중앙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7년 가까이 학교 경쟁력 강화에 몰두해 왔다. 지난 2013년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를 폐지하고 올해 정시모집시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키로 하는 등 각종 개혁을 벌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큰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특혜의혹과 ‘막말 논란’까지 빚어져 결국 박 회장은 중앙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검찰 소환을 앞둔 신세가 됐다.

대학을 또 다른 이익 창출원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08년 두산의 중앙대 인수 이후 ‘법인 및 학교 재정ㆍ교육 여건(2007~2015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대는 2009~2015년에 식당, 매점, 문구점, 서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임대해주고 203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중앙대가 본ㆍ분교를 통합하고 적십자간호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속에 박범훈 전 총장이 오는 30일 검찰에 소환되는 등 중앙대 안팎에서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공사례도 있다. 포스텍과 성균관대를 운영하는 포스코와 삼성은 재벌과 대학의 모범 동거 케이스로 꼽힌다. 포스코는 1986년 설립한 포항공대(포스텍의 옛이름)에 지금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시켰다. 2012년 결산 기준 포항공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16.4%로, 4년제 대학 평균(66.2%)의 4분의 1 수준이다. 

대학가 전경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사진]

성균관대도 기업의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은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 등 ‘취업 계약 학과’를 설치해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하며 교육계 등에서 호평받았다. 해마다 1000억원 이상씩 학교에 투자, 인수 당시 81.1%였던 등록금 의존율을 40%대까지 끌어내리기도 했다.

이들의 상반된 성패 사례는 기업이 ‘밀어붙이기’ 식 대학 운영을 지양하고 구성원과의 원활을 소통을 통한 개혁을 시도할 경우 행복한 동거를 이끌어 낼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구성원들 역시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개혁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소유 기업들이 투자를 약속했지만 법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사회를 통해 독단적 운영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