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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치는 소형 수요…“매물이 달려요”
서울 아파트 거래량 1위 …노원구 가보니
39㎡ 1억5000~7000만원선
강북 평균매매가보다 훨씬저렴
이달 들어서만 1069건 거래
인근 전세민 매수 문의 활발



때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 지난 25일 오후. 지하철 7호선 중계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오니, 동일로를 따라 아파트단지가 줄지어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뤄진 상계ㆍ중계지구 택지개발의 결과물들이다. 흔히 ‘성냥갑 아파트’라고 표현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지하철을 타고 노원역에 이르면 멀리 도봉ㆍ수락ㆍ불암산에 둘러싸인 이곳 상계ㆍ중계동 일대에 벌써 모습을 드러낸 아파트군(群)의 위용에 압도당하고 만다.”

지난 1988년 6월 한 신문에 실린 기사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때 솟아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노원구가 아파트 거래량 수위를 유지하는 배경이 됐다.
노원구 중계역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소형,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곳은 원래 주택수요가 많은 곳이지만,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매매거래가 더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단연 거래량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원에서는 1분기에만 2613건 아파트가 팔렸다. 이달에도 1069건이 거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거래가 특히 집중되는 단지들은 지하철 6ㆍ7호선에서 가까운 소형ㆍ저가 아파트들이다.단지별로 따졌을 때 중계동에서 거래량이 으뜸인 곳은 ‘중계 무지개아파트’다. 91년 서울시가 시영아파트로 공급한 2433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선 1~3월 사이 62건이 매매됐다. 가구수가 워낙 많은 덕분에 거래는 언제나 많은 곳이지만 올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50% 더 늘었다.이 단지는 전용면적 39ㆍ49·59㎡짜리 소형으로만 구성됐다. 39㎡의 실거래가는 1억5000만~1억7000만원으로 2억원을 밑돈다. 49㎡의 거래가도 2억1000만~2억3500만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3억8845만원)는 물론 평균 전세가(2억7098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동일로공인 대표는 “겉은 많이 낡았지만 집을 사겠다고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며 “매수 손님들 상당수 는 근방에서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다. 명일동, 고덕동, 장위동 같은 재건축ㆍ재개발구역 조합원들도 새 재건축 아파트 들어갈 형편이 못된다며 여기에 집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계동에 무지개아파트가 있다면, 인근 공릉동에선 ‘태강아파트’(도시개발10단지)의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이 단지에선 연초 3개월에만 65건 거래가 체결됐다.

철저히 전용 49ㆍ59㎡의 소형으로만 구성됐기에 수요자들도 항상 유지되는 곳이다. 이달 초까지는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트럭에 짐을 싣고 내리는 모습을 매 주말마다 볼 수 있었다.

인근 샘물공인 대표는 “지난해 봄부터 매수세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9㎡ 짜리 매물만 조금 남아있을 뿐 물건이 충분하지 않아 못파는 실정”이라며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2000만~3000만원에 그치니 몇 채씩 매입해둔 지방 투자자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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