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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더 높아진 엔저 파고, 방파제 튼튼히 세워야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찾기는 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벌써 4분기째 계속되는 0%대 성장이다. 이러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기업들의 채산성도 사상 최악으로 떨어져 1000원어치를 팔아도 겨우 43원 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엔화 약세의 짙은 먹구름까지 덮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23일 장중 한 때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선데 이어 24일에도 9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사방에선 적들의 노래소리만 들리는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이 따로없다.

경제 회생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엔저 공세는 그야말로 쓰나미를 방불케 한다. 2012년 6월만 해도 원/엔 환율은 1500원정도였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일본이 엔화를 대량 살포하면서 원/엔 환율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950원선이 무너졌고, 이번에 900원선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불과 3년도 안된 사이의 일이다.

가파른 엔화 약세가 치명적인 것은 우리 수출 경쟁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품의 절반 이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엔저 덕분에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제품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자동차만해도 일본산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10% 이상 가격이 떨어져 현대차와 비슷해졌다고 한다. 석유화학 철강 기계 가전 등 다른 주요 수출품에 미치는 충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900원일 경우 국내 총수출은 8.8%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출 경기마저 침체되면우리 경제는 내외수 복합불황에 빠지게 된다. 정부 기업 가릴 것 없이 전방위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정부와 통화당국은 기준 금리가 1%대의 사상 최저 수준이라지만 통화와 금리 정책에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 제3국 수출시장을 확보하면 일본과의 직접 경쟁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정치 공방에 경제현안은 안중에도 없고, 공공 노동 등 4대 구조개혁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당파를 초월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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