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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사실상 4년제?…고 1ㆍ2 때부터 재수 선택 학생 늘어
조기유학 실패 학생 등 재수학원 찾아
“1년간 올인 재수생…수능에 유리할것”
“내신 신경쓰다 수시 망치면 재수해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재필삼선(再必三選ㆍ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EBS 방송ㆍ교재 연계 등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최근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선택하는 시기도 과거처럼 대학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가 아니라, 고교 1ㆍ2학년 때로 낮아지면서 말 그대로 ‘4년제 고교’ 시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오랜 경기침체로 재수학원가도 불황이라지만 수능시험을 다시 보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64만여명중 수능을 다시 치른 졸업생은 13만1000여명으로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수능 응시생 5명 가운데 1명은 재수(再修)생인 것이다. 사진은 서울 노량진 일대 재수학원의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재학생 때 이미 수능을 한 번 치르는 만큼, 재수 기간동안 수능에만 집중하면 더 높은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학원가 등에 따르면 최근 고 1ㆍ2 학생들이 벌써부터 재수 전문 입시 학원의 상담실을 찾아와 상담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 ‘사교육 특구’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입시 학원장은 “주로 조기 유학에 실패한 아이들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영어는 잘 하는데 수학이나 국어를 못해서 고민하는 케이스가 많다”며 ”마음먹고 재수를 하겠다는 아이들보다 내신을 따라갈 수 없으니 고교를 4년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이 부모의 경제력이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경향은 수능이 쉬워지는 데 기인한다. 고교 수업이 수능 중심 정시 모집 전형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시하는 수시 모집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간ㆍ기말고사에 신경쓰다 보니 재학생들의 ‘수능 경쟁력’은 아무래도 재수생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재수생은 1년간 내신 걱정 없이 수능에만 ‘올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주요 수시 모집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에 인문계 수험생은 과학을, 자연계 수험생은 사회 과목 내신을 공부해야 할 뿐 아니라 한문이나 제2외국어 등도 신경써야 한다”며 “내신에서 밀린 고 1ㆍ2 학생들이 수능과 논술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어쩔 수 없이 재수 카드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 응시생 64만여 명중 재학생은 49만5000여 명(77.3%)이었고, 수능을 다시 치른 졸업생은 13만1000여 명(20.5%)이나 됐다. 검정고시 출신은 1만4000여 명(2.2%)이었다.

수능 응시생 5명 중 1명이 재수생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재수생 비율이 20% 이하로 내려간 경우도 2010학년도(19.3%)와 2014학년도(19.6%), 두 해에 불과했다. 수능을 선택하는 재수생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향이 특히 대학 입시에서 정시 모집 비율이 줄고 수시 모집 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경향이라고 풀이했다.

임 대표는 “서울 주요 10여 개 대학의 경우 정원의 75%를 수시 모집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수시 모집 비율이 높다 보니 재학생들은 내신 위주의 공부에 매달리게 되고, ‘올인’해서 준비한 수시 모집에서 떨어지면 결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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