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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교 벌교 허는디 꼬막 참맛은 여기제”…고흥을 맛보다
4월 학꽁치·농어·해삼등 손맛 유혹
해산물 가득한 밥상에 행복지수 UP
해풍맞은 마늘·유자도 으뜸 특산물
겹동백 화사히 마중하는 거금도
다리놓여 관광 수월해진 소록도
나로호 발사처서 각종 체험까지


내륙에서 나고 자라 정녕 무지했다. 고흥이 남도 끝자락 반도를 포함해 150개 섬마을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그저 광주에서 가까운 내륙 어디께인 줄로만 알았다. 다행히 고흥으로 가는 그날은 호남선 KTX가 첫 기적을 울린 날이었다.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까지 소요시간 불과 2시간 30분. 자동차를 몰고 갔으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렸을 그곳에 기차와 환승을 포함해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출발을 늦게 한 탓에 어느새 저녁 식사무렵이 됐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남도의 맛을 제대로 낸다는 한 식당에서부터 고흥 기행을 시작했다.

▶먹을거리 : 남도 깊은 맛, 한젓가락 하실랑가?=전복, 바지락, 문어 등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만으로 한 상 가득 차릴 수 있는 곳이 고흥이다. 천혜의 리아스식 해안(Rias coast)은 물론 다랭이논에서 거둬들이는 훌륭한 식자재들 덕분에 이곳 주민들의 소득도 낮지 않은 편이라고.

고흥만방조제는 4월말이 되면 학꽁치 잡는 강태공들이 줄을 선다. 팔딱팔딱 힘 좋은 농어들도 수이 잡히고, 해삼은 바구니로 주울 정도란다. 식당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부터가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보리를 불려서 갈아넣고 삭힌 맛이 깊고 시원하다. 남도 특유의 열무김치 맛이기도 하다. 

쌀가루를 갈아넣은 반지락(바지락)즙은 부드럽고 눅진한 맛이 해장에도 그만이다. 아침식사로도 배달시켜 먹고 싶을 정도다.

토종 생마늘 씹는 맛도 좋다. 고흥산 마늘은 달고 부드럽다. 이곳에서는 ‘달보드레하다’라고 표현한다. 해풍을 맞고 자라 일단 맵지가 않고 알리신 성분도 두배로 높은 게 특징이다. 이유가 그럴듯하다. 따뜻한 해풍이 쉼없이 흔들어대며 유혹(?)한 탓에, 고생하고 자란 마늘이 번식력도 높아졌다는 것. 유혹을 이겨내고 단단해진 사람처럼 말이다.

유자는 고흥이 자랑하는 특산물로, 풍부한 일조량과 바다 향을 듬뿍 담고 있어 제주 한라봉보다도 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육고기, 바닷고기와 함께 유자청을 곁들여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거북한 포만감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고흥군민의 꼬막 자부심은 대단하다. 박병종 고흥군수의 말이다. “꼬막은 벌교라고 허는디, 그거 잘못된게여. 조정래가 태백산맥에서 벌교꼬막을 하도 맛깔나게 해놔서 그렇제. 원래는 고흥이랑게. 고흥서 난 꼬막 집산지가 벌교인게지.”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조정래는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제”라며 벌교 참꼬막 맛을 감칠나게 묘사했다)

▶볼거리 : 사람 많은디 뭣허러 가, 여기 벚꽃길 한번 와 보랑게=고흥군 서쪽에 있치한 거금도와 소록도에는 볼거리가 많다.

두원면과 도덕면을 잇는 고흥만방조제에서부터 8㎞ 구간이 온통 벚꽃터널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을 일도 없는 곳이다. 벚꽃 명소마다 똬리를 튼 먹자판도 이 곳에는 당연히 없다. 이 구간을 지나는 차들은 알아서 비상등을 켜고 시속 20㎞ 정도로 기어가며 느리게 벚꽃을 감상한다.

거금도 들어가 는 해안도로는 4월초가 되면 접(겹)동백으로 붉게 물든다. 둘레길마다 심어놓은 종려나무 묘목도 어느새 아이 키만큼 훌쩍 자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금도의 명소는 익금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어린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에게 인기라고. 여름이 되면 차세울 틈 없이 북적거린단다. 거금도 적대봉에서는 날씨 좋을 땐 광주 무등산과 제주 한라산이 보일 정도라고 하니, 해무없이 쨍한 날, 등반에 도전해 볼만 하다. 근처에 조성된 거금생태숲은 멀리서 보는 빨간 구름다리가 이색적이다.

매생이 양식장이 있는 거금도 월포마을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남도의 태양 아래 살을 맞대고 있다. 매생이로 만든 칼국수, 수제비는 빼놓아서는 안될 거금도 미식코스다. 거금도를 들어오기 위해서는 소록대교를 건너야 한다. 우리 모두 알고는 있으나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한 섬, 한센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바로 그 소록도를 잇는 대교다.

소록도에 들어간다고 한센인들을 직접 마주칠 일은 없다. 한센인들은 섬 안쪽에 거주지역이 따로 있고, 방문객들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검시실과 감금실, 중앙정원 등 제한된 구역에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인권 유린의 역사가 생생히 남아 있는 소록도는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곳이다. 해설사를 동반해 소록도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방문전 군에 미리 신청하면 된다.

▶즐길거리 : 아그들 데불고 우주항공축제 어뗘?=고흥군 동쪽 해안 시호도와 나로도에는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고흥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올린 곳이다. 나로도에는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이 있다.

나로우주센터에는 우주발사체 발사대와 위성ㆍ발사체조립시설, 발사 통제동, 추적레이더 등 종합 설비가 갖춰져 있다. 우주과학관에서는 로켓, 인공위성, 우주탐사 등을 주제로 90여개의 전시품을 볼 수 있다. 4D 동영상관, 야외 로켓 전시장, 별자리 관측 체험장, 로켓발사 체험장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요소들도 가득하다. ‘우주항공 수도’를 표방하는 고흥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박지성종합운동장에서 고흥우주항공축제를 개최한다.

반도에서 나로대교를 건너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시호도가 연결돼 있다. 시호도에는 원시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해놨다. 동일면 덕흥리 구룡마을 앞 무인도까지 배로 고작 5분. 그러나 섬에 들어서는 순간 문명과는 잠시 이별이다.

섬에 도착하면 원시인 복장으로 갈아 입고 부족생활을 시작한다. 뗏목을 타고 낚시를 하는 어부 체험과, 밭을 일궈 수확하는 농부 체험, 새총이나 활을 쏘는 사냥꾼 체험 등을 각각 해볼 수 있다.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3일전까지 예약하면 된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매몰된 자녀 때문에 고민이라면 함께 원시 체험에 도전해보자. 언제? 롸잇 나우. (문의 : 061-830-5305)

글ㆍ사진=(고흥)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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