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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김아미]광주비엔날레, 예술과 상품사이
“부산 돼지국밥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더 맛있는 곳 서울에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부산의 대표 상품이 된 겁니다. 안동 헛제삿밥도, 전주 비빔밥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광주요? 뭐가 있는가 말입니다.”

지난 2월 선임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가 예향이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예향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듯 물었다. 음식이면 음식, 예술이면 예술, 특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낙후된 예향 광주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지난 1월,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를 이사장에 선임했다. 이어 3월에는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대표에 선임했다. 지난해 ‘홍성담 파문’으로 혹독한 성인식을 치른 광주비엔날레가 전윤철-박양우 투톱체제를 갖추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장이 이사장직을 맡아 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민간 대표와 이사장이 최대 목표로 내세운 것이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재정자립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초기 120억~130억원 하던 정부 지원금액은 지난해 8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중앙정부가 30억원, 광주시가 1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입장 수입 역시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중앙관료 출신을 투톱으로 내세운 것은 이들의 폭넓은 정재계ㆍ산업계 인맥을 바탕으로 예산을 더 끌어모으겠다는 포석이다. 예산을 확보하고 재정 기반을 탄탄하게 한 후 비엔날레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나아가 비엔날레를 광주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돼지국밥, 헛제삿밥, 비빔밥처럼 말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기업 후원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는 미술 뿐 아니라 전시, 공연 등 종합 문화 콘텐츠로 전시관을 채워 1년 내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년 간 전시와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아카이브관을 따로 지어 자료를 연중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비엔날레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며 아우성”이던 지역민들로선 일단 환영할 일이다. 비엔날레가 끝나고 나면 흉가처럼 텅 비어있는 전시관에 사람이 들끓도록 만들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 또한 비엔날레의 역사성을 다시 세운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광주비엔날레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한편에서는 상품화에 치중하다 ‘광주다움’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비엔날레의 정신성은 진보와 혁신, 다원성 안에서 미학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데 있다. 스폰서나 관객의 입맛에 맞추고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다보면 여타 비엔날레와 다를 바 없는 지역축제나 관광상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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