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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21. “루트변경!” 인도의 끝을 찾아 떠나다
[HOOC=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원래 마두라이(Madurai)라는 도시로 가려했지만 계획을 수정한다. 이번 여행의 일정에서 뺀 곳 중에 이상하게 끌리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깐야꾸마리(Kannyakumari)라는 곳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행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루트를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마두라이를 포기하고 깐야꾸마리로 가기로 한다. 깐야꾸마리는 인도대륙의 최남단 도시다.


고민하느라 기차표도 예매하지 않아 일단 체크아웃후 기차역으로 간다. 버스로 뿌두체리에 왔기 때문에 기차역은 처음이다. 소박한 기차역 또한 뿌두체리의 풍경처럼 깨끗하다.

특히 웨이팅 룸은 너무나 깨끗해서 감동이다. 일주일 전 바라나시 무갈사라이 역의 더러운 웨이팅 룸 화장실에서 생쥐를 노려보며 용변 보던 일이 까마득하다. 화장대에 거울까지 구비된 쾌적한 웨이팅룸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깐야꾸마리로 가는 기차가 없으면 마두라이로 가기로 배수진을 치고 기차역에 왔다. 창구에 가서 문의해 보니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오전11시30분 기차가 있다. 요일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창구직원이 오늘이 바로 목요일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운도 좋다. 당연히 깐야꾸마리로 가기로 결정한다. 엄격한 아쉬람 숙소가 10시 반 체크아웃인데다가 워낙 큰 숙소라 배낭을 맡아줄 수도 없다 해서 난감했는데 잘됐다. 이동시간은 16시간, 도착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다. 며칠 단거리이동으로 심신이 좀 편했으니 또다시 기차여행을 즐길 시간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3A로 왔더니 역시 쾌적하다. 공간이 분리되도록 커튼도 있어서 편리하다. 여기가 출발지라 승객이 별로 없다. 여섯 명이 앉는 칸에 혼자 앉아 창 밖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기차는 최남단을 향해 달린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인도의 시골 풍경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인도가 얼마나 큰 땅인지 실감이 난다.

심심하면 객차의 문으로 가서는 손잡이를 꼭 잡고 남인도의 훈풍을 느껴본다. 넓고 푸른 땅들이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기차의 속도감과 바람이 어우러져 머리카락을 날리게 한다. 바람으로 샤워한 듯한 기분이 묘하게 좋다.


기차는 초원도 지나고 밭도 지나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도 지나친다.

음악을 원없이 듣고 아이패드에 담아간 전자책을 읽고 준비해 온 간식을 먹는다. 동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착지 깐냐꾸마리에 대한 정보를 살피다보니 벌써 저녁이다. 새벽 3시30분 도착이라 일찍 자둬야 할 것 같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이미 자이살메르도, 바라나시도, 첸나이, 마말라뿌람, 폰디체리조차 기차 뒤로 사라졌다. 기차만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깐야꾸마리, 그 남쪽 끝엔 무엇이 있을까? “끝”이란 게 있기나 한걸까?


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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