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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900배 신화’쓴 혁신의 직업CEO
“가구아닌 공간을 팔겠다” 전문경영인으로 22년째 최양하 한샘회장… “이케아 해볼만…국내서 10조 매출” 자신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샐러리맨 신화’는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임금근로자로 출발, 창업을 통해 대기업을 일궜다거나 말단에서 출발, 승진을 거듭해 대기업에서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가 된 경우다. 최양하(66)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뒷 경우에 해당된다.

산업계에 ‘직업이 CEO’라는 별명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이 한가지 직업에 매진해 수련과정을 거쳐 숙련기술자가 되는 데는 최소 15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직업이 CEO’인 이는 대략 10명 안팎으로 추려진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구, 인테리어만으로는 안 되고 창호 바닥재 욕실 도어 등 건자재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에 가능하며 한샘의 궁극적 목표는 100조원이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샘]

최 회장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표이사를 45세 때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22년째다. 그가 이처럼 직업적 CEO로서 장수하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경영성과 때문이다. CEO는 선량한 대리인으로서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게 첫번째 임무다. 그 결과 기업을 성장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그가 6년간 다니던 대우중공업을 그만두고 과장으로 입사한 1979년 당시 싱크대 회사였던 한샘공업의 매출은 15억원. 36년이 지난 지금은 1조3200억원을 넘어섰다. 한 900배쯤 차이가 난다.

소위 ‘대리비용(Agency Cost)’이 발생할 법도 한데 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대리인으로서 최대주주와 관계에서 신의성실, 위임의 원칙이 잘 작동된다는 뜻이다. 최대주주는 대리인을 믿어줬고, 대리인은 성실히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 왔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20년 이상 CEO를 하게 됐지요. 최대주주(조창걸 회장)도 모든 걸 믿고 맡겨주는 편이니까.”

▶성장 가속화시킨 전략 “공간을 팔겠다”=1997년 IMF를 넘기고 난 후 최 회장은 2000년대 들어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모호한 개념을 창안해 한샘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요즈음 플랫폼 비즈니스의 초기 모델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마침 부엌가구 전문회사에서 침실, 거실 등 인테리어가구 분야로 진출한 즈음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유통채널 확보로 눈을 돌리게 됐다. 2008년에는 업태를 아예 유통회사로 변신시켰다.

이같은 변신은 가구를 넘어 오늘날 생활용품, 건자재, 가전사업까지 넘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테리어 유통’이라는 플랫폼 위에 무엇이든 연관사업을 갖다 붙일 수 있기에 한샘의 가능성은 누구도 쉽게 점치기 어렵게 됐다. 공간을 판다는 개념은 현재 ‘종합 공간솔루션 제공기업’이라는 상표로 구체화돼 있다.

2000년대 초반 무렵 3000억원 언저리의 매출액으로 경쟁하던 2개 업체와의 격차는 지금 각각 2배, 6배로 벌어졌다. 현재의 역량으로 봐선 과거의 경쟁자들이 이 간극을 자력으로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들이 가구업체로서 제조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한샘은 꾸준히 유통망을 확장하고 종합 인테리어기업이란 비전을 실현시켜 갔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익성 낮은 건설사 특판 매출 비중을 줄이고 대소비자 직판(B2C) 비중을 키우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의 격랑 속에서도 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고비마다 나온 최 회장의 결단이다.

한샘은 현재 대형 직영 인테리어유통점인 플래그샵(서울 방배 논현 잠실 목동, 분당, 부산/하반기 서울 강북, 대구점 예정)을 비롯해 대리점유통, 지역인테리어사업자와 제휴한 IK(인테리어키친)유통, 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망을 갖고 있다. 이케아와 같은 생활소품 전문매장 ‘한샘홈’ 1호점도 지난 2월 서울 공릉동에 개점했다.

한샘은 2, 3년 내 매출액 3조원대을 넘보고 있다. 세계적 인테리어기업 이케아의 사업확장에 도리어 힘을 얻는 형국이다. 공포의대상이던 이케아가 막상 영업을 시작하면서 가구소비 경향을 브랜드제품 중심으로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케아의 품질과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배송과 시공, AS가 확실한 국내 기업으로 유턴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이후 꾸준한 유통망 확대와 직매장화 전략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존 인테리어사업에 소형가전 진출, M&A를 통한 건자재사업 확대를 통해 3년내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당시 최 회장은 CEO 메시지로 10조원, 100조원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2013년 1조 기업으로 성장한 한샘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10조, 100조원에 도전하겠다. 이를 위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경영체계, 팀장이 1년의 성과를 책임지는 경영체계, 품질/서비스/미수/재고관리가 철저한 투명 경영체계를 확립하고 전사 업무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3년내 3조원의 매출은 ‘공간서비스’ 전략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샘은 싱크대(부엌가구) 회사에서 시작해 거실 및 침실가구로 나와 욕실까지 옮겨간 발자취를 갖고 있다. 이제 건자재, 생활용품, 가전제품까지 실내 공간내 모든 게 사업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기사업부를 신설하고 LG전자와 공동으로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원액기 등 소형가전을 개발 중이며 하반기 제품을 내놓는다.

▶오랜 대륙의 꿈, 중원 진출=한샘의 최종 목표는 중국을 향하고 있다. “쉽지 않기에 더 도전할만 하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중국 시장에서 이케아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구, 인테리어만으로는 안 되고 창호 바닥재 욕실 도어 등 건자재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한샘의 궁극적 목표는 100조원이다. 한ㆍ중ㆍ일 3국 시장만 합쳐도 이는 못 할 게 없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다. 그렇기에 한샘은 지사를 미국 중국 일본 3곳에서 운영하며 장기간 준비를 해왔다.”

한샘은 동서양을 융합한 디자인으로 중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제품, 이케아와는 다른 한국적인 배송ㆍ시공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최 회장의 말처럼 일본에서 ‘닛토리’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했다면,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혁신시장의 트렌드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Design Beyond East and West)’ 전략이 덧붙여지는 게 한샘의 중국공략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닛토리는 2006년 이케아의 일본 진출에 맞서 500여평 규모의 중형 매장을 도심 가까운 곳에 230여개나 열면서 매출이 7조원으로 늘었다. 이케아 매장은 규모가 10배 이상 큰 반면 도시 외곽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한샘의 중국전략을 종합하면, ▷이케아와 달리 도심 근접한 곳에 1000∼2000평짜리 매장을 열고 ▷한국식 시공/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감동을 추구하며 ▷동양적 가치의 구현한 세계 보편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플래그샵, 대리점, 온라인몰 등 국내 영업모델을 모두 중국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16억 동아시아인 중심의 디자인=‘글로벌 공간솔루션 기업’을 향한 한샘의 꿈이 구체화되는 출발점은 디자인적 정체성 확보다.

한샘은 지난해 국내 ‘신문명디자인대학’이란 강좌를 열며 산업계에 디자인경영이란 아젠다를 던졌다. 이 강좌는 올 하반기에도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다시 연다. 올해 들어서는 19만2000달러(2억1000만원)라는 국내 최대 상금액을 걸고 ‘창신(創新)’이란 이름의 국제 디자인공모전도 시작했다. 대상 국내만이 아닌 건축, 인테리어디자인, 공예 등 범디자인 영역에 종사하는 전세계 전문 디자이너와 관련 전공 학생들이다. 독일의 이프(iF), 레드닷(Red Dot) 디자인상 등이 전범인데, 한샘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될 지 궁금해진다.

창신의 심사위원도 ‘디지털베이징’ 설계자이자 중국 대표 건축가 주페이,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이토도요, 공공디자인 전문가 권영걸 한샘 사장(전 서울대 미대 학장) 등 한중일 3국 인사로 구성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권영걸 사장을 영입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디지털디자인대학, 디자인포럼, 디자인 전문포털 등을 운용해 디자인경영을 사회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샘이 디자인 인력풀을 강화하고 그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샘의 디자인 강령은 동서양을 넘어서는 것이다. 16억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가치를 융합한 디자인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게 기본 목표다. 이같은 구상은 올해 안 CI(기업아이덴티티), 제품 및 서비스, 서울 방이동에 신축 중인 본사건물 디자인으로 드러나게 된다.

최 회장은 “디자인과 CI를 혁신해 ‘디자인 한샘’으로 발돋움하는 게 올해 경영목표”라며 “원가/품질 경쟁력은 기본으로 삼고, 더 나아가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 이를 위해 ‘한샘스타일’을 확립해 전 제품에 적용하고 CI를 혁신해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소개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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