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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라시의 진화‘아파트→상가·오피스텔’
상가등 수익형부동산 광고 홍수
수익률·입지등 허위·과장 조심
투자땐 실투자금 꼼꼼히 체크를



지난 14일 오전 6시께,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1호선 지하철 객차 안. 한 남성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면서 여기저기 A4용지 4분의1 크기 광고물을 붙였다. 거기엔 ‘호텔 월세 객실분양(20평)’이란 검은글씨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엔 ‘월 240만원 수익’이란 문구가 빨간색으로 강조돼 있었다.

지하철 안이나 길거리 전봇대에 붙어 있는 부동산 관련 불법광고물(일명 찌라시)은 이제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트렌드가 바뀌는 걸 엿볼 수 있다.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상가를 알리는 광고물이 부쩍 눈에 띄는 것이다. 1%선에서 저공비행 중인 기준금리 탓에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객차 안에 붙은 한 분양형 호텔의 불법 광고물. 대개 사람들이 솔깃해할 정보들만 나열돼 있다.

지난해까지 이런 광고물의 단골손님은 아파트였다. 일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의 영업을 맡은 이른바 ‘떼분양’(조직분양) 업체들이 전단지나 현수막을 대거 동원했던 것.

하지만 전세난의 영향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고 있다. ‘악성 미분양’의 감소세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40가구, 경기도는 6945가구였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각각 258가구(64.8%), 1001가구(12.6%) 줄어들었다.

분양 아파트 광고물을 주로 제작하는 미디어뱅크의 박성순 대표는 “지난해엔 1주일에 보통 600~700장 정도 미분양 현수막을 찍었는데 지금은 30% 정도 만드는 물량이 줄었다”며 “현재로서는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상품들이 주로 조직분양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의 수익형 부동산 광고물에는 나름대로 몇가지 ‘영업 전략’이 숨어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정보를 세세히 노출해선 안된다. 눈길을 끌만한 수익률이나 월세는 강조하는 대신 해당 상품의 구체적인 입지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궁금증을 자극해서 전화를 걸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 타겟층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된 상품만 광고물로 제작해 배포한다. ‘어떻게 붙이느냐’도 관건이다. 부착은 분양업체들이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대개 숙련된 알바를 뽑아 맡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내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열차만 골라 타거나, 지하철보안관과 동선이 마주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알바 개인의 역량이다. 과태료는 5만원. 이들에겐 장당 20~30원을 준다. 보통 10량(1~4호선 기준)으로 구성된 객차를 한번 돌면 160~180장 정도 부착한다.

오피스텔 분양업체 관계자는 “CCTV나 지하철보안관 때문에 영업환경이 점차 나빠지고 있고 계약까지 성사되는 사례가 기대만큼 나오지도 않는다”며 “다만 상품을 노출시키는 경로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광고물은 포기할 수 없는 영업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수익형 부동산들은 대개 ‘팔리지 않은 물량’이기 때문에 입지나 조건 면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광고물 내용들은 ‘입질’을 위한 장치일 뿐”이라면서 “실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 투자금액은 얼마이고 어떤 곳에 들어선 곳인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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