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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성훈]신뢰 깨진 담배시장
담배 시장의 지난 겨울은 불신의 계절이었다. 담뱃세 인상을 전후로 종적을 감춘 담배의 행방을 찾느라 경제주체들은 서로 의심했다. 소비자의 과도한 사재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소비자들은 편의점이 담배를 빼돌리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은 담배제조사가 공급량을 줄였다고 떠넘긴 반면, 제조사는 편의점주가 숨겨두고 있다고 둘러댔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란 원인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사재기한 담배를 암시장에 몰래 팔다 적발됐다.

최근엔 제조사와 편의점들이 지난해 말 담배 재고 물량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 알려졌다. KT&G의 지난해 말 재고는 1억5000만갑이었고, 외국브랜드 업체 역시 생산량과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는 내용이다. 편의점 빅3 업체도 2000만갑 수준이던 재고량을 연말에 3500만갑까지 늘렸다.

재고량으로 업체들이 거둔 이익은 상당하다. KT&G는 수천억원의 차익이 추정되고, 외국 브랜드 업체들은 재고분을 푸는 동안 가격인상을 늦춰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편의점 역시 상당한 이익이 추정된다. 정상적 상황이었다면 국가에 귀속됐을 세금을 가지고 잔치를 벌인 것이라는 비난의 여지는 있지만, 재고 수준은 사업상 판단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위법 여부는 불명확하다.

뒷말이 일자 KT&G는 재고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최대 3300억원의 재원을 마련, 소외계층지원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재고 차익이 얼마인지 안밝혀 의구심은 남아있다.

문제는 소동의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혼란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담배 포장을 바꿔 사재기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고, 급박하게 1월1일 인상 기한을 못박아두는 바람에 재고를 소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사재기 유혹에 빠질 수 있도록 방치해놓고, 그저 단속ㆍ처벌하는 식으로 경제주체를 범죄자 취급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주체는 법 테두리 내에서 이익을 좇아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그만이다. 정부의 역할은 그들이 테두리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을 처벌하기 전에, 올바른 테두리를 세우고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그런 역할을 잘했는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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