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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종덕]엘 시스테마와 두다멜
지난 3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LA필하모닉의 연주는 그야말로 오케스트라와 청중이 하나가 된 무대였다.

말러 6악장은 말러가 ‘비극적’이란 제목을 붙일 만큼 가장 말러답고 어둡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날 구스타보 두다멜은 참신한 설득력으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를 이끌어 냈다.

필자는 두다멜의 자신감 넘치는 지휘와 젊은 거장의 눈부신 성장에 감동하였던 탓일까? 두 눈을 감고 이 장엄한 곡을 차분하게 마음에 담으며, 8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2008년 12월 15일 필자가 성남아트센터에 재직하던 시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그 해 최고의 음악회로 기억에 남는다. 이 기적의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킨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는 빈부 격차와 빈곤한 생활로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으로 기적을 일으킨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마약과 총기에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이 성숙한 베네수엘라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음악’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 혁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열다섯 살 때 처음 지휘를 공부한 두다멜은 3년뒤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됐고, 현재 LA필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젊은 거장이 된 것이다.

아브레우 박사가 2008년 성남아트센터에 방문했을 당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엘 시스테마’는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가 공정해지기를 꿈꾸는 것이라 했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지만 아무나 경험하지 못했던 예술을 직접 배우며, 자신이 소외받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 그리고 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정사회를 만들어 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이자 ‘엘 시스테마‘의 철학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지휘가 끝나고 단상에서 내려와 연주자들과 함께 청중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두다멜에게서 이제 거장의 겸손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필자는 이토록 뜨겁고 감동적인 무대가 사실은 아브레우 박사의 ‘사랑’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경제학자였던 박사가 이 제도를 시작하고자 했던 이유도 우울한 국가의 운명 속에 꿈없이 스러져가는 아이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에서부터였을 것이다.

40년 간 많은 좌절 속에서도 자신이 그토록 소망했던 꿈에 도달하기 위해 역경을 이겨낸 아브레우 박사의 모습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과 묘하게 닮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꿈’이라는 녹색불빛을, 모두가 실패할 거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그러나 그들은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브레우 박사, 당신의 그 순수한 목적과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 그리고 낭만적인 준비성에 필자가 감히 수식어를 붙여 본다. “위대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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