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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전원의 봄, 생명을 노래하다
4월이 되자 전원의 산과 들이 서서히 녹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각종 풀과 나무들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또 자연이 주는 각종 천연 먹거리가 미각을 자극한다. 밭에서는 농부들이 생명의 씨앗을 뿌리느라 분주하다. 바야흐로 봄, 봄이다.

절기는 청명에서 곡우(穀雨ㆍ20일)를 향해 가고 있다. 곡우는 ‘곡식을 깨우는 비’라는 뜻으로,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다. 그래서 영ㆍ호남과 강원도 지방에서는 이름난 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이 있었다.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의 줄기에 구멍을 내어 받은 수액인 곡우물은 몸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월에는 입춘(2월4일)에 돋아나기 시작한 봄나물이 쇠고 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한다. 마당에는 살구, 자두, 앵두꽃이 피고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어 황금빛을 뿜어낸다. 양지꽃, 민들레꽃이 땅에 엎드려 피어나고 보라색 제비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전원의 봄은 생동의 기운이 가득하고 뭇 생명들은 활력이 넘친다. 알에서 나온 병아리들이 햇살 좋은 마당을 종종거리며 다닌다. 새들은 활기차게 날아다니고, 개구리는 개골개골 힘차게 울어댄다. 날아다니는 나비를 좇아 아이들은 온 벌판을 쏘다니고, 어른들은 논과 밭에서 바삐 일손을 놀린다.

4월 하순에 들어서면 쭉쭉 뻗은 낙엽송이 연두색을 띠고, 산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으름, 둥굴레 꽃이 자태를 뽐내고 산 전체가 녹색으로 빠르게 물들어간다. 사과나무와 배나무에도 꽃이 핀다. 싹트는 뭇 생명들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체험이다.

자연이 주는 먹거리 선물도 빼놓을 수 없다. 필자 가족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서도 왕고들빼기와 민들레 캐기, 쑥과 개망초 뜯기를 빼놓지 않는다. 이때는 그야말로 망중한이다. 흔한 잡초로 여겨지는 개망초지만 여린 잎을 뜯어 나물로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산에 가도 곳곳에 먹거리가 널려있다. 화살나무, 다래나무, 산뽕나무 등의 여린 새순을 채취해 나물로 먹으면 봄 향기가 상큼하다. 취 잎을 한 움큼 얻을 수 있고, 고사리와 고비도 제법 꺾을 만하다.

이들 봄 먹거리는 자연이 지어주는 농사다. 그저 수확만 하면 된다. 이거야 말로 자연농법이요, 태평농법이 아니겠는가. 민들레는 왕고들빼기와 함께 양념을 넣고 버무려 김치를 만들어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4월은 본격 농사철이다. 감자, 옥수수, 콩 등 각종 씨앗을 뿌리고 어린 싹은 잘 돌봐주어야 한다. 비오기 전에 한발 앞서 씨를 뿌리고 김을 매주면 농작물이 알아서 쑥쑥 자란다. 사람이 심고 하늘은 비를 내린다. 이럴 때 농사는 자연이 짓는 것이요, 사람은 단지 자기 몫을 할 뿐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4월의 농부는 생명을 가꾸고 노래하는 시인이 된다. 몸은 비록 고되지만 마음은 평안하고 행복하다. 감자와 옥수수 등 씨앗을 넣어 정성껏 돌봐주면 새 생명이 쑥쑥 자라서 풍성한 열매를 안겨준다. 또 흙과 대화하고 작물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생명 에너지’를 얻는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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