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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롯데, 월드타워 허가 직후 송파구에 200억 기부 왜?
[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세진 기자]롯데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서울 송파구에 총 20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이같은 거액 기부가 시점상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승인(2010년 11월)을 받은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은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3일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송파구청으로부터 받은 공문 자료에 따르면 롯데물산ㆍ롯데쇼핑ㆍ호텔롯데 등 월드타워 투자ㆍ운영사들은 건축허가가 난 직후인 지난 2010년 12월 200억원의 비용을 들여 구내에 노인복지타운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건립하고 싶단 입장을 전달했다.

롯데물산이 지난 2011년 9월 9일 송파구청에 보낸 복지·문화시설 건립비용 제공을 위한 지정기탁 제안서(왼쪽)와 그 해 12월 27일 구청 측에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가 담긴 공문(제공=위례시민연대)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다음해인 2011년 9월 롯데는 처음 제안을 자체 수정, 200억원의 용도를 3개로 쪼개 지정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혀왔다.

공문엔 구체적으로 노인복지타운, 산모건강증진센터, 장지동 도서관에 사용해달라고 명시했고 송파구는 석달 뒤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는 2011년 65억원, 2012년 65억원, 2013년 70억원 등 3년에 걸쳐 200억원을 분할 기탁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송파구는 이를 사용, 2013년 2월부터 노익복지타운(현 송파실벗뜨락), 장지도서관(현 송파글마루도서관), 산모건강증진센터(현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등을 차례로 준공했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운영위원은 “한 민간기업이 200억원이란 큰돈을 왜 하필 허가가 난 직후에 기부했겠느냐”며 “서울시 허가에 송파구의 입김이 컸을 것이란 점에서 보은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가 롯데월드가 완공되기까지 벌어질 수 있는 도로점용, 차량혼잡 등의 갈등에서 환경적 편의를 봐달라는 의미도 담겨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이정인 송파구의원도 “지역주민들을 위해 롯데가 얼마든지 기부할 순 있지만 시기나 방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당시 송파구의 기부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200억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인데, 이렇게 선뜻 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송파구와 롯데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구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수십년동안 송파구에서 장사한 기업이 수익 중 일부를 환원하려는 것으로 다른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측도 “큰 건물을 지어서 주민 불편이 야기되는데 그런 부분에 양해을 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발전도 위한 취지였다”고 밝혔다.

사전 교감을 통한 ‘맞춤형 기부’였단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롯데가 어떻게 알아서 무엇을 짓겠다고 할 수 있겠냐”며 “자발적으로 액수까지 맞춰서 보냈다는 것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송파구와 롯데 측과의 진술은 다소 엇갈린다.

구 관계자는 “지정 기탁은 엄연히 기업이 기여하고 싶은 곳을 자체적으로 찍어서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반면, 롯데물산 관계자는 “웬만하면 필요가 있는 곳에 쓰이면 좋겠다 싶어 사용처를 (구와) 논의 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민간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없지만, 기업의 100% 자발성이 담보됐을 땐 예외로 허용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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