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람난세계사] 엄마의 야심이 낳은 비극…‘네로’ 이야기
[HOOC=이정아 기자] 아들인 네로의 등 뒤에서 무한한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아그리피나가 황제인 남편에게 독버젓을 먹이기까지 했죠. <황제 네로, 왜 마마보이가 됐을까> 10일 자 기사 다음 이야기입니다. (*) 이전기사 보기= http://goo.gl/r65KZ3



▶ 어머니가 두려웠던 네로= 황제로 즉위한 네로. 처음 몇 년만 해도 선정을 베풀며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행정조직을 정비할 뿐 아니라 직접세와 관세를 철폐해 로마 제국의 제국주의를 상징하게 하는 자유무역 제도를 추진하거든요. 로마 역사상 절정의 문화국가를 이룬 것도 이 때랍니다. 네로는 노천극장과 체육관을 만들고 이곳에서 연극, 음악회, 시 낭송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른바 ‘네로니아(Neronia)’ 시대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당시 로마 제국의 번성은 네로의 스승 세네카의 업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네카는 오히려 네로가 나랏일에 간섭하지 않길 바랄 정도였죠. 세네카는 네로가 향락적인 삶을 살도록 부추겼고 기대에 부응하듯(?) 네로도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었습니다.

‘황제 네로는 낮에는 하루 종일 자고 해가 지면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즐겼다.’

역사가 타키투스의 기록이 이를 증명하죠.

그런 네로에게 있어서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존재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네로는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는 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전긍긍해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아그리피나는 아들 네로가 그저 순종적으로 성장하길 바랐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막 스무 살이 넘는 피 끓는 청년인 네로는 어머니에게 억눌린 감정을 반항으로 표출시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네로는 아내인 옥타비아까지 죽이기에 이른다. 이후 68년, 연이은 반란이 일어나면서 원로원과 군대에서 버림을 받은 네로는 자살하고 만다.


▶ 네로, 사랑의 포로가 되다= 네로는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공공연한 정부인 파룰라스를 추방시킨 데 이어 이복동생이자 황제 자리의 경쟁 상대였던 브리타니퀴스를 암살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로는 브리타니퀴스를 죽이기 위해서 음식에 독약을 넣었는데 이 방법은 아그리피나가 자신의 남편 클라우디우스를 죽인 방식과 100% 일치하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보고 배운 대로 한 것이죠.

아들의 모습에 놀란 아그리피나. 정치적 입지에 위협을 느낀 그녀는 아들을 유혹하기에 이릅니다. 모자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사랑을 수단으로 여긴 그녀에게도 또 도덕관념이 없었던 네로에게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네로는 숨막히는 어머니의 중압에서 다시금 벗어나고 싶었고, 이 즈음 여인 포패아를 만나게 됩니다. 포패아는 네로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은 유부녀였습니다.

포패아의 남편 오토는 네로의 남색 상대이기도 했습니다. 네로가 자신의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자 오토는 아내와의 이혼에 동의했는데, 당시의 로마의 문란한 성문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윽고 황제의 아내가 되고 싶었던 포패아는 네로를 집요하게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네로가 아내인 옥타비아와 이혼하고 또 제 손으로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를 살해하도록 말이죠. 포패아는 네로로 하여금 어머니가 자신을 퇴위시키기 위한 쿠데타를 꾸몄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포악한 공포정치를 일삼은 아그리피나와 맞지 않았던 스승 세네카도 포패아와 뜻을 같이 했습니다. 결국 네로는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죽이기로 마음먹습니다.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철학자 세네카. 54년에 클라우디우스가 암살되고 네로의 스승이 되면서 그는 권력의 정상에 올랐다. (사진=위키피디아)


▶ “내 배를 찔러라!”= 네로가 브리타니퀴스의 음식에 독약을 넣어 암살한 걸 알게 된 이후, 아그리피나는 온갖 종류의 해독제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나 없이는 못 사는 네로’라고 생각하면서도 네로가 언제 어디서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며 두려워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네로는 고민 끝에 방법을 바꿉니다. 독살이 아닌, 어머니를 익사시키기로 말입니다. 바이아이에서 열리는 미네르바 여신의 축제가 끝나고 네로는 어머니를 항구까지 배웅합니다.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듯 몇 번이나 이별의 입맞춤을 하면서 “마차 대신 배를 준비했다”고 속삭이면서 말이죠. 이윽고 아그리피나를 태운 배는 바다로 나갔고 네로의 심복은 배의 밑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도록 키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계가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불길한 상황을 직감한 아그리피나. 물속에 뛰어든 그녀는 헤엄을 치며 살아 돌아왔지만 네로의 부하들은 별장으로 도망친 그녀를 이내 칼로 찔러 죽입니다. 울분을 토하며 아그리피나가 소리를 쳤죠.

“배를 찔러라! 네로는 여기에서 태어났으니까!”



(*) 고대 로마 시대의 전기 작가인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숨을 거둔 어머니의 시신을 만지면서 네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어머니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어머니를 죽인 역사상 최악의 패륜이자 기원전 1세기, 피로 얼룩진 로마 궁정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