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지진 예측 못한 과학자, 유죄? 무죄?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12년 이탈리아 라퀼라 법원은 2009년 4월 대규모 지진을 제대로 예보하지 못한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게 최고 금고 6년, 벌금 900만 유로(약 129억원)의 형을 선고했다. 당시 대지진으로 인해 300여명의 목숨을 잃었기 때문. 과학자들의 혐의는 과실치사였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과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인류가 자연의 비밀을 다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에게 지진 예보의 법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과하다” 것이다. 결국 항소심에서 결과가 180도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다.

과학자들이 재난 예측을 잘못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 이들은 사회적인 책임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까. 또 과학자들의 자문활동에 대한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 있는 걸까.

지난 2009년 4월 6일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 라퀼라에서 진도 6.3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대지진으로 309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0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토머스 조던 미국 남가주대 부설 지진센터 소장은 지진예측 분야에서 ‘위험 분석’과 ‘재해 경감’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당국과 지진학자들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재해 평가에는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부분을 고려해 대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재해를 ‘평가’하는 과학자와 자국민을 ‘보호’하는 당국의 임무가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 것.

이어 조던 교수는 “공신력 있는 과학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되 자연재해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보는 ‘발생 확률’을 적용해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김학수 서강대 교수는 “과학자들이 자문활동을 하는 한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다고 설명했다. 라퀼라 사례를 보면 당시 공식 회의를 시작하기 전 지진 전문학자가 아닌 공무원이 언론에 ‘거대 지진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고, 45분간의 짧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점 등에 있어선 분명 과학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과학 영역 외에 다른 분야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위원회를 재난 발생 이전에 미리 꾸려 협력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안했다.

이날 오후 2, 3 세션에서는 ‘복지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자의 역할’, ‘과학자-대중 간 사회적 신뢰 제고 방안’ 주제 등에 놓고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심포지엄에는 토마스 조던 미국 남가주대학교 부설 지진센터 소장과 악스 자히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석좌교수, 김경만 서강대학교 교수, 김학수 서강대학교 교수, 성창모 녹색기술센터 소장,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